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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실전서 148㎞ 쾅! 대표팀 사령탑이 극찬한 '등번호 61' 기대주 '나도 박찬호 선배님처럼…'[투산 인터뷰]

[투산(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61번을 단 만큼, 박찬호 선배님의 반만 따라가고 싶습니다(웃음)."

61번은 한국 야구의 역사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야구 본고장 미국에서 한국 야구의 저력을 떨칠 때 항상 함께 했던 상징이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도 61번은 환희의 추억이 묻어 있다. 첫 대회였던 2006년 빅리거의 명성을 뒤로 하고 베테랑 불펜 요원으로 활약한 박찬호는 김인식호의 4강행 밀알이었다.

17년의 세월이 흐른 2023년. 또 한 명의 61번이 뜬다. 두산 베어스가 배출한 차세대 우완 기대주 곽 빈(24)이 주인공. 2018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곽 빈은 지난해 8승9패, 평균자책점 3.78을 기록했다. 기록은 눈에 띄지 않지만, 어린 투수 답지 않은 배짱과 구위로 대표팀 사령탑인 이강철 감독의 마음을 홀렸다. 곽 빈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합류, 태극마크를 짊어지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 받았다.

곽 빈은 20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키노 베테랑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KIA 타이거즈와의 연습경기에서 첫 실전을 치렀다. 이날 대표팀의 세 번째 투수로 나선 곽 빈은 5타자를 상대로 무안타 무4사구 2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총 투구수 18개, 직구 최고 구속은 148㎞를 찍었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곽 빈은 "올 시즌 첫 등판이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고 엄청 만족했다"며 "지난 2년 간 팔이 안 좋았다. 항상 1월 말부터 캐치볼을 시작했는데, 올해는 12월 말로 바꿨다. 몸이 잘 올라온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날 잘 구사된 체인지업을 두고는 "다른 변화구는 모르겠는데, 체인지업은 (공이) 미끄러워서 잘 빠지더라. (양)의지 선배가 리드하는 대로 던지고자 했는데 역시 좀 다르더라"고 소개했다.

소속팀 선배이자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포수 양의지는 호주 스프링캠프 기간 곽 빈의 공을 받아본 뒤 '이대로 시즌 들어가도 되겠다'는 덕담을 건넸다. 이에 대해 곽 빈은 "나는 걱정이 많은 편이라서 (마음을) 조금 더 가다듬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대표팀 사령탑인 이강철 감독이 지난 시즌부터 자신을 두고 '대표감'이라고 불렀던 부분을 두고는 "(대표팀 최종명단 합류가) 확정되기 전까진 건방져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냥 알고도 모르는 척 했다. 확실히 정해지기 전까진 모른다고 생각했다"며 "이렇게 인정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대표팀 생활에 대해선 "그냥 모든 선수와 다 친해지고 싶다. 이렇게 야구 잘 하는 선수들과 함께 하니 하루 하루가 재밌다"고 웃었다.

이번 대표팀에서 곽 빈의 등번호는 61번.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비면서 한국 야구의 저력을 과시했던 등번호다. 박찬호는 2006 WBC에서도 61번을 달고 대표팀 불펜을 지키며 4강 신화에 힘을 보탠 바 있다. 곽 빈은 "정확하게 다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박찬호 선배가 (2006 WBC에서) 던진 건 기억한다"며 "61번을 단 만큼, 박찬호 선배님의 반만 따라가고 싶다"고 웃었다. 그는 "이렇게 시즌을 빨리 시작한 적이 없고, 첫 국가대표라 부담은 된다. 그러나 우리 팀 모두 이번 WBC에서 좋은 성적을 바라고 있다. 한 마음으로 노력하고 나도 열심히 던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투산(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