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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코리아'서 다시 뭉쳤다…KBO 역사 쓴 스승과 제자, WBC 해피엔딩 꿈꾼다[투산 리포트]

[투산(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이강철(57)과 양현종(35).

KBO리그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인물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로 찬란한 역사를 써내려갔다. 10년 연속 10승, 2000이닝 돌파를 이루면서 타이거즈 왕조를 이끌었던 '레전드' 이강철은 지도자로 변신해 히어로즈(현 키움)와 두산 베어스를 거쳐 '만년 꼴찌'로 불리던 KT 위즈를 강팀으로 변모시켰다. 양현종은 '리빙레전드'다. 통산 159승(3위), 1788탈삼진(2위), 2133⅓이닝(6위) 등 화려한 기록을 남기며 '기록의 사나이'로 거듭났다.

이 감독과 양현종의 인연은 16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IA 투수 코치였던 이 감독은 광주동성고를 졸업한 신인 양현종을 만났다. 다듬어지지 않았던 '미완의 대기'였던 양현종은 이 감독의 조련 속에 에이스로 거듭났다. 이 감독이 2012년 히어로즈 수석 코치로 부임하며 KIA를 떠났지만, 양현종은 이 감독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지금까지 숨기지 않고 있다.

스승과 제자는 대표팀에서 다시 호흡을 맞춘다.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이 감독이 대표팀 투수 코치로 참가했고, 양현종이 좌완 선발 역할을 맡았다. 2023 WBC는 대표팀에서의 두 번째 만남.

하지만 무게감은 사뭇 다르다.

KT를 강팀으로 변모시킨 이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연이은 국제 대회 부진 속에 침체된 한국 야구의 분위기를 WBC 대표팀이 되살려주길 바라고 있는 상황. KBO리그 최고령 감독으로 대표팀을 이끄는 막중한 임무까지 짊어진 이 감독의 부담감은 만만치 않다.

양현종은 이번 WBC가 사실상 마지막 대표팀 합류가 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여전히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 중 한 명이지만,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를 생각하면 차기 국제 대회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진 미지수. 어쩌면 태극마크를 다는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양현종 스스로의 각오도 남달라 보인다.

양현종은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 다시 만난 스승의 모습에 벅찬 모습. 그는 "신인 시절엔 감독님과 (선수단 훈련) 끝까지 남아서 운동을 했다. 투구 뿐만 아니라 수비, 웨이트 등 여러 면에서 감독님과 정말 많은 훈련을 한 게 기억난다"며 "어느덧 베테랑으로 대표팀에 오게 됐다. (불펜에서 공을 던질 때) 감독님이 내 뒤에서 지켜보는 모습을 보면서 옛날 생각이 난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미소 지었다. 이 감독은 "나 역시 '대투수(양현종 별명)'와 함께 대표팀에 오게 돼 벅차다. KIA에서 같이 시작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고 농을 친 뒤 "오늘 불펜 투구 모습을 지켜보니 역시 제구가 안정적"이라고 칭찬했다.

WBC는 한국 야구에 환희와 좌절을 동시에 안겨준 무대다.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의 역사를 썼으나, 2013년, 2017년 대회에선 이른바 '참사'를 당하며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이 감독은 이번 대회 출사표를 던지는 자리에서 "(1라운드가 열리는) 일본을 떠나(준결승이 열리는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양현종도 "태극마크를 달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 태극마크의 무게감,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나라를 대표해 나서는 대회다. 정말 잘 하자, 좋은 성적을 내자는 생각 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WBC에서 스승과 제자는 한국 야구의 새 역사를 꿈꾸고 있다.

투산(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