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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쇼에겐 눈물의 WBC, 슈어저-벌랜더에겐 '다른 세상' 이야기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사이영상을 세 차례 수상한 현역 메이저리그 투수는 3명이다.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는 그 중 하나다. 2011년과 2013년, 그리고 2014년에 받았다. 그의 나이 23세, 25세, 26세 때의 일이다. 커쇼는 그 뒤로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마운드를 호령했다. 그러나 2016년 6월 허리를 다치면서 그의 커리어는 부상으로 점철되기 시작했다. 당시 그가 받은 진단명은 '추간판 탈출증(disc herniation)'였다. 흔히 디스크라고 불리는 허리 통증이다.

커쇼는 이후 거의 매년 허리가 아파 부상자 명단 신세를 져야 했다. 지난해에도 8월 초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2021년 말 FA가 된 커쇼를 다저스가 쉽게 잡지 않은 것은 이러한 잦은 부상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에도 커쇼는 1년 2000만달러에 재계약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사실 커쇼는 지금 은퇴해도 아쉬울 것이 없다. 사이영상을 3번 받았고, 정규시즌 MVP도 한 번 해봤다. 비록 60경기 단축 시즌이었지만, 2020년에는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도 맛봤다. 한 시대를 풍미한 만큼 돈도 남부럽지 않게 벌었다. 작년까지 누적 연봉이 2억7000만달러가 넘는다.

그러나 그에겐 딱 하나, 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바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마운드에 서보는 것이었다. 지난해 12월 WBC 차출 통보를 받고 그는 뛸 듯이 기뻤다고 한다. 이번 WBC에서 미국은 타자는 마이크 트라웃, 투수는 커쇼를 간판으로 앞세워 2017년에 이어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커쇼의 꿈은 끝내 물거품이 됐다. 미국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각) 커쇼가 WBC 대표팀에서 하차한다고 발표했다. 커쇼는 이날 스프링트레이닝 캠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현지 매체들을 만나 WBC 출전이 취소된데 대해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 뿐,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결국 최근 잦은 부상 경력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ESPN 등에 따르면 디스크 증세 등 최근 2~3년 동안 부상 경력이 문제가 된 것으로 관측된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등록된 선수가 WBC에 출전하려면 보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MLB와 계약을 맺은 보험사가 커쇼의 WBC 출전을 반대하고 나섰고, MLB와 다저스, 커쇼 모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커쇼는 "굉장히 실망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법들을 강구해봤다.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닌데도, 해결이 안 됐다.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 것 같아 정말 출전하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올해 35세인 커쇼에게 다시 WBC 출전 기회가 올 확률은 희박하다.

같은 날 플로리다주 포트세인트루시에서는 뉴욕 메츠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우주 최강' 원투펀치로 불리는 맥스 슈어저와 저스틴 벌랜더가 나란히 불펜피칭을 실시한 것이다. 벌랜더가 지난해 12월 2년 8667만달러에 메츠와 FA 계약을 맺으면서 둘은 2014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시절 이후 9년 만에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됐다.

나란히 불펜피칭을 하는 것도 9년 만이다. 벅 쇼월터 메츠 감독은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가? 무엇이 그들이 팔을 움직일 때마다 완벽을 추구하게 하는가? 그들은 '그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뭘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일까? 모르겠다. 누가 알겠나? 그러나 그들은 분명 그게 있다"고 말했다. 프로 의식,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을 말하는 뉘앙스였다.

불펜피칭은 벌랜더가 먼저 끝냈다. 그는 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슈어저가 마칠 때까지 뒤에서 그의 피칭을 지켜봤다. 슈어저는 "벌랜더는 이기는 투수다. 우리는 모든 걸 이기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기기 위해서는 벌랜더 같은 투수가 필요하다"며 치켜세웠다.

사이영상을 3번 받은 현역 메이저리거 3명 중 나머지 둘이 바로 슈어저와 벌랜더다. 둘은 올해 연봉이 4333만달러로 같다. 메츠가 벌랜더를 영입하면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줬다. 개막전 선발투수에 대해 쇼월터 감독은 내심 결정했지만 공개는 하지 않고 있다. 둘 중 하나는 '자존심 상하지만' 2선발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슈어저와 벌랜더에게 WBC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둘은 미국 태생에 오리지널 미국 국적의 미국인이다. 하지만 WBC와 관련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힌 적이 없고, 관련 뉴스가 나온 적도 없다. 지금 몸이 아픈 것도 아닌데, 커쇼와는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