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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빠른 성공, 나와 어울리지 않아'…'카운트' 진선규, 19년 내공 헛되지 않은 외유내강 리더(종합)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옛말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다. 그런데 땅을 사도, 자가 마련에 성공해도, 심지어 주연으로 신분 상승하더라도 배가 아프지 않은 사람이 있다. 19년간 고집스럽게 한 우물만 판 배우 진선규(46)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고진감래의 아이콘이자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상징인 그가 링 위에 홀로 올라 온전히 스텝을 밟는 화려한 주인공으로 빛을 냈다.

휴먼 영화 '카운트'(권혁재 감독, 필름케이 제작)에서 금메달리스트 출신 마이웨이 선생 박시헌을 연기한 진선규. 그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카운트'의 출연 과정을 밝혔다.

'카운트'는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마이웨이 선생이 오합지졸 아웃사이더 제자들을 만나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1988년 서울 올림픽 복싱 라이트미들급 결승전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이후 편파 판정 논란에 휩싸이며 선수 생활을 은퇴해야 했던 박시헌 선수의 일화를 모티브로 완성된 휴먼 코미디다.

진선규는 '카운트'의 실존 인물인 박시헌 선수를 연기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누구에게도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는 마이웨이 행보로 인해 학생들 사이에서 '미친개'로 불리는 박시헌을 소화했다. 캐릭터와 배우가 물아일체 된 이른바 '캐아일체' 열연을 펼친 그는 '범죄도시'(17, 강윤성 감독) '극한직업'(19, 이병헌 감독) '승리호'(21, 조성희 감독) '공조2: 인터내셔날'(22, 이석훈 감독)에 이어 다시 한번 독보적인 인생 캐릭터로 극장을 찾았다. 무엇보다 진선규는 2004년 연극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로 데뷔 이후 무려 19년 만에 '카운트'로 첫 원톱 주연에 도전, 차근차근 쌓아 올린 필모그래피에 남다른 의미를 더했다.

첫 주연이라는 무게를 짊어진 진선규는 "이번 작품은 내가 가진 부담감 자체가 다른 영화들과 다르다. 나는 평소 리더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누군가 같이 으›X으›X 끌고 가는, 한마디로 대장을 못 하는 사람이다. 내가 맡지 않았던 것을 해야 하는 중인데 내가 잘하고 있는지 계속 의심이 들고 그렇게 하려는 모습이 나 같지 않아 부담감이 크다. 모든 화살이 나에게 올 것 같고 이런 감정을 처음 느껴서 걱정이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첫 주연이 내겐 첫 경험이었다. 나는 어떤 구성원에 있든 첫 번째가 되는 게 무섭고 잘 못한다. 주연들이 멋있게 끌고 가면 나는 그 안에서 좋은 구성원이 되는 것을 편안해하고 그 팀을 다 같이 이끌 수 있는 역할이고 싶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큰 리더로서는 부족하지 않았나 느꼈다"고 답했다.

'범죄도시' 이후 승승장구 흥행 꽃길을 걷고 있는 진선규. 갑작스러운 유명세에 걱정이 앞서는 마음도 큰 그는 "솔직하게 나와 어울리지 않게 너무 짧고 빠른 것 같다. '범죄도시' 이후 성장이라기보다는 다른 곳에 있는 나를 꺼내준 것 같다. 변화, 변신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너무 급하게 올라와 있고 주연을 맡은 순간까지도 너무 짧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담감을 느끼는 것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다. 단역에서 갑자기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아내 박보경에 대한 애틋함과 고마움도 전했다. 앞서 박보경은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통해 열연을 펼쳐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진선규는 "아내가 '작은 아씨들'로 활약할 때 마치 내가 '범죄도시'로 주목받았던 감정을 느낀 것 같다. 사실 아내가 그렇게 크게 화제가 될지 몰랐다"고 머쓱해했다.

그는 "드라마가 방영된 다음 날 아내에 대한 반응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많이 놀랐다. 집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지 않나? 물론 나도 '범죄도시' 때 위성락의 모습을 집에서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아내가 드라마에서 누군가 때리는 모습을 보게 돼 정말 놀랐다. 무엇보다 나를 통한 기사가 아닌 배우로서 기사가 나오니까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범죄도시' 때 아내가 나를 보며 느꼈던 순간이 이런 순간인가 싶었다. 너무 좋고 너무 행복한데 너무 이상한 묘한 느낌이었다. '작은 아씨들'은 아내가 좋아하는 연기를 다시 시작하는 발판이 됐고 지금은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이 되는 과정을 하고 있다. 아내가 현장에 갔다 오면 생기가 돌고 현장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워하는 걸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운트'는 오는 2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 ENM, 엘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