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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도하 호텔 '2701호'에서의 '상식밖의 일'은 뭘까? 콕 집은 '삼류'는 누구? 그는 왜 잠적했을까…가시지 않는 논란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월드컵 16강 주역들이 귀국한 이후로도 일명 '2701호 논란'이 쉬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의 트레이너로 알려진 안덕수 씨는 지난 6일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16강전을 마치고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폭로글을 게시했다. 손흥민 황희찬(울버햄턴) 조규성(전북) 황의조 황인범(이상 올림피아코스) 김영권(울산) 등 주축 선수들, 동료 송영식 이철희 트레이너와 함께 찍은 사진에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이대로는 끝내지 말자며 2701호에 모여 했던 2701호 결의"라고 사진의 의미를 소개했다.

그는 "2701호에선 많은 일들이 있었다. (트레이너)한 사람당 케어 시간이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세 시간이었다. 하루에 한사람이 5~6명씩 케어하다보면 손이 퉁퉁 붓고 불어트기 일쑤였지만, 그들이 흘린 땀 앞엔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며 "2701호가 왜 생겼는지는 기자님들 연락 주시면 상상을 초월할 상식밖의 일들을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씨는 양손에 얼음찜질을 하는 사진에 "손에서 열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니들이 할 일을 했는데 뭐? 외부치료? 안쌤이 누구냐고? 축구판에서 나를 모른다고? 그러니까 니들은 삼류"라며 "나는 당신이 그 싸구려 입으로 판단할 분(!)이 아니다. 세계적인 명장 무리뉴 감독이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감사의 인사를 하는 사람인데 당신은? 사람위에 사람없고 사람밑에 사람없다! 명심해라"고도 특정인을 저격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안 씨는 또 "2701호는 대한축구협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1'의 도움을 받은 것도 없다. 2701호의 정체가 궁금한가? 알게 되면 선수들을 절대 비난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일로 반성하고 개선해야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다. 제 식구 챙기기를 해서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노고를 몰라준 섭섭함과 협회의 지원 부족에 대한 원망, 실력에 대한 자부심 등이 글에 녹아있다. 안 씨는 손흥민 측의 사비로 카타르를 찾아 대회 기간 내내 손흥민 등의 근육 마사지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 씨는 '니들'(너희) '삼류' '제 식구 챙기기'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협회 공식 트레이너팀(팀닥터, 트레이너)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회 기간 중 손흥민 정우영(알사드) 김승규(알샤밥) 등 많은 선수가 안 씨의 임시 마사지실인 2701호실을 찾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수들이 협회 트레이너팀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돌았다. 조규성 김진수(이상 전북) 등은 안 씨의 게시글에 공감을 의미하는 '좋아요'를 누르며 이러한 의혹에 신빙성을 더했다.

현장에선 하루 이틀 사이에 생긴 앙금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쌓이고 쌓인 불만이 월드컵을 기점으로 폭발했다는 것. 실제로 몇몇 선수들은 월드컵 예선 기간 중 공식 트레이너 A씨의 실력이 부족하단 이유로, 교체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안 씨가 2701호에서 찍어 올린 사진에 선수가 18명이나 등장한 건 안 씨와 주요 선수들 사이에 깊은 신뢰가 자리잡았단 걸 의미한다. 안 씨는 대표팀 전현 주장인 기성용(서울) 손흥민으로부터 오랜세월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월드컵 기간 중 각각 햄스트링과 종아리를 다친 황희찬 김민재도 안 씨의 손을 거쳤다.

협회는 대회 기간 중 안 씨가 선수들을 케어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안 씨가 제기한 여러 의혹에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안 씨가 협회가 고용한 공식 트레이너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다할 지원을 할 입장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한 안 씨가 물리치료사 국가자격증이 갱신되지 않아 채용할 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트레이너 모집에는 대한선수트레이너자격증(KATA) 등 네 가지 자격증이 필요한데, 안 씨가 현재 소지한 자격증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안 씨는 협회가 자신을 '비공식'으로 평가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는 폭로글에 언급된 '2701호에서 일어난 상상 초월 상식 밖의 일'을 듣기 위해 안 씨와 여러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대표팀은 지난 7일 팬들의 뜨거운 환영 속 귀국했다. 협회는 대회에 대한 전체 리뷰를 하기 전 '2701호 논란'에 대한 회의부터 진행해 빠르게 수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