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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ON]이제 목표는 월드컵 8강, '더 많은 손흥민'이 필요하다

[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일본 축구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가장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세계 최고 수준의 독일, 스페인을 차례로 물리치는 이변을 일으켰다. 두 번 다 2대1 역전승이었기에 그 충격은 더 컸다. 일본은 당당히 조 1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4년전 러시아대회에서도 조별리그를 통과했던 일본은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 2회 연속 16강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눈여겨 볼 것은 그들의 과정이다. 일본은 16강까지 매경기 다양한 선수를 기용하며, 상대에 따른 맞춤형 전술로 재미를 봤다. 일본은 특출난 한, 두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팀으로 맞서 싸웠다. 특히 어떤 선수가 들어가도 비슷한 내용의 축구를 펼쳤다는 것, 또 일본 축구의 선수층이 얼마나 두터운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비결은 '유럽파'에 있다. 일본은 이번 대회 26명의 엔트리 중 19명을 유럽파로 채웠다. 사실 일본은 엔트리 전원을 유럽파로 채울 수 있을 정도로, 유럽 진출 선수가 많다. 유럽 변방 리그에서 뛰는 선수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100명에 가깝다. 유럽이 정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축구의 본고장'에서 매주 뛰며 배운 효과는 확실했다. 일본 선수들은 독일, 스페인 등 최정상급 선수들을 만나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들이 준비한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도 이번 대회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 4년 동안 갈고닦은 축구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능동적인 축구'로 세계 무대와 맞설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 하지만 한계도 있었다. 결국 그 축구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의 수가 제한적으로 적었다. 벤투 감독이 비슷한 선수를 고집한 이유이기도 하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나폴리) 황희찬(울버햄턴) 이재성(마인츠)이 건강하게 뛰었더라면, 벤투호의 성적은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갔을 수도 있었다.

결국 한국축구가 4년 후 다음 월드컵에서 8강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제2의 손흥민' '제3의 김민재'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보다 기량이 더 좋은 선수들이 늘어나야 한다. 답은 유럽 진출이다. '히트상품' 조규성(전북 현대)은 "유럽 선수들의 터치나 플레이가 참 간결하더라. 동작 하나가 다르다. 유럽 어디든 가면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늘 부딪히고, 한계에 도전해야 실력이 늘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선수들이 유럽으로 나가고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그렇지 못한다. 실력 문제가 아니다. K리그에도 유럽에서 뛸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제법 된다. 그렇다면 결국 구조적 부분을 따져봐야 한다.

일단 병역 문제가 가장 클 것이고, 돈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J리그는 적은 이적료로도 유럽행을 허용한다. 중소, 변방 리그로 이적이 용의하다. 반면 K리그는 선수의 가치를 정확히, 혹은 그 이상을 받길 원한다. 유럽 5대 리그 정도가 아니면 이 금액을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어쩌다 오는 제안이라도 협상에서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J리그가 옳고, K리그가 틀리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프로 구단이라면 팀 최고의 자산인 선수를 통해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하는 건 당연하다.

쉽지 않은 유럽 진출, 결국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대한축구협회의 지원이 절실하다. 일본은 벨기에, 독일, 스페인 등에 직접 스태프를 보내 현지 정보를 얻고, 이를 공유하고 있다. 몇해 전부터 신트트라위던(벨기에)과 같은 거점 구단을 만들어 유럽파 선수들을 직접 관리하고 또 다른 빅클럽으로 성장시켜 되팔고 있다. 유럽 진출에 용이한 환경을 만들어 줌과 동시에, 실패에 대한 리스크까지 줄여주고 있다. 물론 선수들의 도전 의지도 있어야 한다. 빅리그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장을 청사진으로, 작은 리그부터 도전하겠다는 포부가 필요하다. 그래야 더 많이 유럽에 진출해 성장할 수 있다.

유럽 진출이 성공의 '만능 키'는 아니지만, 한국축구의 국제 경쟁력을 월드컵 8강 이상으로 더 끌어올리기 위해선 반드시 고민하고 성장 모델을 짜볼만하다. 도하(카타르)=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