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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ON]마스크 벗은 손흥민, 손사래 친 김민재…역사가 된 '투혼의 16강'

[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투혼의 16강'이다. 컨디션이 정상인 태극전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

최악의 환경에서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이 현실이 됐다. 카타르에선 마치 '투혼 시리즈'를 보는 듯 매일매일 부상과의 전쟁 중이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마스크 투혼을 펼치고 있다. '안와 골절' 수술을 받은 지 이제 한 달이 됐다. 그라운드에 서는 것 자체가 무리지만 그는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 막판에는 마스크를 벗고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자칫 수술 받은 왼쪽 눈 부위를 또 다칠 경우 실명이 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16강이 먼저였다.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후 뜨거운 눈물을 쏟아낸 손흥민의 얼굴은 여전히 부기로 가득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마스크 벗으면 안된다. 아직 수술한 지가 생각해보면 1달 정도 된 것 같은데 뼈가 붙는데는 최소 3달 걸린단다. 뼈가 살짝 실처럼 붙었다고 해도 모자란 상황인데 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위치고 내가 좋아서, 임무를 알고 하는 것이라 그 순간 마스크를 벗었다. 좋아진 게 아니라 여전히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가능성 있다면 어떻게서든 해야하는게 임무다." 눈물겨운 '캡틴'의 발버둥이다.

황희찬(울버햄턴)은 왼쪽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으로 고통을 받았다. 1, 2차전은 뛸 수 없었다. 가나와의 2차전 후에는 동료들에게 미안한 아음에 눈물을 훔쳤다.

여전히 정상은 아니지만 그는 포르투갈전에서 후반 20분 교체투입돼 한국 축구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후반 추가시간 역전 극장골을 터트리며 벤투호의 16강행을 이끌었다. 골을 위해 질주한 거리가 무려 80m에 달한다.

"두 경기에서 못나오는 동안 동료들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많이 나왔다. 두번째 경기 끝나고 이제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 뭐라도 하자고 생각하고 그런 각오로 준비했다. 더 다치더라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다는 각오였다." 결승골의 비밀이었다.

'카잔의 기적' 김영권(울산)은 이번에는 '알라이얀의 기적'을 연출했다. 그는 팀이 0-1로 끌려가던 전반 27분 동점골을 터트렸다. 하지만 김영권도 후반 30분 쓰러졌다. "골반 쪽이 조금 불편함이 있었다. 끝까지 참고 뛸 수 있었지만 그래도 나보다 몸 상태가 더 좋은 선수가 뛰는 게 맞다고 판단해 교체를 요청했다. 큰 부상은 아니어서 다행인 것 같다."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불편한 김민재(나폴리)의 시계는 포르투갈전에서 결국 멈췄다. 나폴리에서 이미 부상이 있었다. 가나전 후 더 악화돼 도저히 그라운드에 나설 수 없었다.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그는 가나와의 2차전을 앞두고는 단 한차례도 정상훈련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96분을 소화했다. 그만큼 부상 투혼은 빛났다. 김민는 '믹스트존' 인터뷰에 손사래를 쳤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미안함 때문이다.

그는 "내가 더 빨리 결정을 해서 팀 전술에 더 맞출 수 있게 했어야 됐는데 빨리 결정을 못해서 미안하고 (권)경원이 형한테 감사하고 미안하다"며 쑥스러워했다. 그럼 브라질과의 16강 출전은 가능할까. 그는 "지켜봐야한다"면서도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조규성(전북)은 근육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뛰고 또 뛰었다. 그는 "후반 중반부더 종아리에 쥐가 났는데 앞에서 안뛰면 뒤가 힘들어서 끝까지 뛰었다"고 했다.

태극전사들의 투혼으로 대한민국은 16강 진출의 환희에 젖었다. 도하(카타르)=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