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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절반 삭감 수준인데…히어로즈가 잃은 '역사' [SC 포커스]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홈런 타자는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스타가 탄생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박병호(35)는 키움 히어로즈의 상징이었다. 2005년 LG 트윈스 1차지명으로 입단했지만, 2011년 넥센(현 키움)으로 트레이드된 뒤 본격적으로 거포로서 이름을 날렸다.

이적 첫 해 13홈런으로 시즌을 마치며 데뷔 첫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그는 이듬해 31개의 홈런을 쏘아올렸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는 2014년과 2015년에는 2년 연속 50홈런 고지를 밟기도 했다.

2015년 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그는 2018년 시즌을 앞두고 다시 키움으로 복귀한 뒤 43개의 홈런을 쏘아올려 화려하게 홈런왕의 복귀를 알렸다.

2019년 다시 33개의 아치를 그리면서 그해 유일한 30홈런 기록자로 홈런왕 자리를 탈환하기도 했다.

2020년과 2021년 타율이 2할 초반에 머무는 등 하락세가 보이기도 했지만, 홈런은 20개 이상을 꾸준히 터트렸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팀 내 맏형으로서 선수단의 중심을 잡아줬다. 2군에 내려갔을 때면 유망주 선수들에게 장비를 주면서 남다른 응원을 하는 등 정신적 지주가 됐다.

올 시즌을 마치고 박병호는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다. 키움으로서도 박병호는 반드시 잡아야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협상이 1월로 밀렸고, 그사이 여전히 거포로서 매력적인 자원이었던 박병호를 향해서 적극적인 구애가 따라왔다. 결국 박병호는 KT와 3년 총액 30억원에 계약했다. 계약금 7억원에 연봉 20억원, 옵션 3억원의 계약이다.

계약금 및 옵션 사항이 있지만, 연봉만 고려하면 절반 이상이 삭감된 수준이다. 박병호는 올 시즌 15억원을 받았다.

박병호는 전성기를 키움에서 보내며 영구결번까지 어느정도 보장됐던 프랜차이즈 스타다. 그만큼, 박병호의 KT행은 키움은 물론 키움 선수와 팬 모두의 마음을 흔들었다.

키움 선수들은 정신적 지주의 이탈에 짙은 아쉬움을 내비쳤다. 김하성은 SNS에 '내 마음 속에 영구결번 52'번이라고 아쉬움을 전했고, 이정후 역시 SNS에 박병호와의 추억이 있던 사진을 대량으로 게시했다.

팬 역시 트럭 시위를 하면서 박병호를 잡지 못한 구단에 강한 항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박병호도 무거운 마음을 전했다. SNS를 통해 "2018년, 2019년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염원을 향했던 기억은 저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제가 예전에 한 수상소감에서 히어로즈 팬 분들은 일당백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그만큼 팬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아웃 순간까지 소리 높여 응원하여 주신 팬 여러분께 우승을 안겨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인사를 남겼다.

올 시즌 중반에는 키움에서 KBO리그 최초 200안타 돌파를 일궈낸 서건창이 트레이드로 이적했다.

박병호까지 이적하면서 키움은 역사 한 순간이 도려내졌다. 동시에 한 번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갈증이 남게 됐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