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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우승 데자뷰' 10연승 달성한 박정아의 책임감 '내가 점수 내야한다' [대전현장]

[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블로킹이 좋고, 수비력도 탄탄하지만, 역시 공을 때려주는 선수가 2명(켈시 박정아) 있다는게 도로공사를 상대하는 팀의 부담감이다."

28일 패한 이영택 인삼공사 감독의 속내다. 이날 18득점을 올리며 켈시(23득점)와 함께 도로공사의 창단 첫 10연승을 이끈 박정아를 바라보는 배구계의 시선 그대로다.

박정아의 소속팀 도로공사는 28일 인삼공사를 격파, 창단 첫 10연승을 달리며 승점 39점을 기록, 현대건설(51점)에 이은 정규리그 2위를 굳게 지켰다. 현대건설의 개막 연승 행진을 12에서 멈춰세운 팀도 바로 도로공사다. GS칼텍스가 높이의 차이에 고전하며 현대건설에 올시즌 3전 전패를 기록중임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현대건설의 거침없는 행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팀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박정아가 있다. 이날도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박정아의 무게감이 올라갔다. 특히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4세트 막판, 듀스 상황에서 연속으로 올라온 볼을 기어코 처리해내는 모습은 역시 '클러치박'다웠다.

IBK기업은행의 3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며 신흥 명문의 탄생을 알렸고, 도로공사 이적 직후인 2017~2018시즌에 커리어 4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후 3시즌 연속 봄배구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오랜 아쉬움을 풀 때가 온 걸까.

경기 후 만난 박정아는 "생각보다 고전한 경기였다. 승점 3점에 만족한다"며 미소지었다. 오히려 10연승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 공격수들과 세터들의 호흡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담담한 속내를 드러냈다.

4년전과 비교한다면 어떨까. 박정아는 "그때도 더할나위없이 좋았던 것 같다. 지금도 (연승 덕분에)팀 분위기는 좋다"고 무심하게 답했다.

"듀스 때는 전위에 저랑 센터밖에 없었다. 수비가 됐고, 공격은 후위(켈시)보다는 전위가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다른 선수들이 2단 연결을 잘해준 덕분이다."

박정아는 '내 욕심을 버리고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중'이란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의 발언을 전해듣자 " 우리 잘하고 있으니 선수들한테 더 잘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일침을 날렸다. 이어 "감독님은 알아서 잘 하시니까, 난 스스로를 잘 컨트롤해서 승리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웃었다.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이 합류하면서 모든 팀이 바빠진 일정에 지쳐있다. 3~4일마다 한 경기를 치르다보니 사령탑들도 "체력 회복하기 바빠 다음 경기에 맞춰 준비하기가 힘들다"며 한숨을 쉬곤 한다. 박정아 역시 "이제 시즌 절반 지났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 우린 지방에 있으니까 이동거리도 너무 멀다"고 거들었다.

최근 10연승의 중심에는 이윤정-이고은 2세터의 활약이 있다. 박정아는 "두 선수가 모두 작은 편이라 나와는 아직까진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내게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귀엽다"며 넉넉한 웃음을 지었다. 팀의 승리를 이끄는 에이스다운 책임감도 드러냈다.

"안 좋은 볼은 가능하다면 내가 처리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초반보다 후반에 나한테 볼이 더 몰리는 것 같다. 나한테 올라온 공은 다 점수로 만드는게 목표다."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