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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배우 꿈 꾸셨던 父, 내 수상에 눈물'…정재광, 청룡이라는 이름의 응원(청룡영화상)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한 곳만 바라보며 열심히 연기해온 나의 20대. 30대에 받은 청룡영화상 신인상으로 위로 받았죠."

배우 정재광(31)이 더 높이, 더 멀리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작 상업영화들을 찾아보기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완성도 높은 연기로 평단으로부터 인상적인 평가를 받았던 신예들만은 넘쳐났던 2021년 한국 영화계. 그 가운데서 정재광은 영화 '낫아웃'으로 지난 달 26일 열렸던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 김재범('인질'), 남다름('싱크홀'), 류경수('인질'), 하준('잔칫날')을 제치고 생애 단 한번만 받을 수 있는 신인남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정재광은 심사위원들로부터 "연출자가 요구한 지점을 정확히 파고든 정재광은 완벽한 수비수와 같은 꽉 채운 연기를 펼쳤다"는 극찬까지 이끌어냈다.

시상식이 끝나고 다시 만난 정재광은 "사실 아직도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수상 당시 순간을 떠올리면 정말 기분이 좋은데, 계속 벙쪄있는 느낌이다"며 입을 열었다. "제가 상 받는 장면을 다시 보니 너무 부끄럽더라. 무대에 올라 갔을 때는 앞에 조명도 밝고 떨리고 해서 정말 앞이 하나도 안보였다"라며 그때의 감격이 되살아난 듯 벅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제 앞에 변요한 선배님과 설경구 선배님이 앉아 계셨는데, 두 분이서 계속 대화 나누는 모습을 보고 두 분도 선후배 관계이짐나 굉장히 끈끈한 게 느껴져서 부러웠다. 한편으로는 선배님들의 그런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제 이름이 불려서 정말 놀랐다."

수상 이전, 청룡영화상 후보자 명단에 자신이 이름이 포함됐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는 정재광. 특히 그는 그동안 함께 연기적 고민을 나눴던 절친한 동료들과 함께 후보에 올라 더욱 감격스럽다면서 "함께 신인상 후보에 오른 배우분들이랑 다 작품을 했거나 친분이 있다. (류)경수는 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배우들과 함께 그냥 함께 후보에 오르고 그 자리에 함께 모여있을 수 있다는 게 기분이 정말 좋았다. 그렇게 즐기고 있었는데 좋은 결과까지 나와서 믿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신이 이름이 호명되자 얼떨떨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무대에 오른 정재광은 전년도 수상자이자 시상자였던 절친한 유태오의 따뜻한 미소를 보고서야 어느 정도 수상 사실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무대 위에서는 물론, 수상 직후 무대 뒤편에서도 유태오와 진한 포옹을 나누기도 했던 그는 "(유)태오 형이 저와 '버티고'라는 작품을 같이 했는데, 그런 형에게 상을 건네 받아 더 기뻤다. 형은 제가 후보에 올랐을 때도 축하한다고 연락을 해줬다. 그리고 상을 받고 난 후에도 본인의 일 처럼 기뻐해줬다"고 말했다.'낫아웃' 메가폰을 잡은 이정곤 감독의 깜짝 시상식 방문에 감동했다는 정재광. 시상식 당일 TV로 정재광의 수상 장면을 지켜본 이정곤 감독이 정재광의 수상을 직접 축하해주기 위해 정재광에게 말도 하지 않고 시상식 진행된 KBS 여의도홀을 깜짝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광은 "시상식을 마치고 나가보니까 감독님이 주차장에 와 계셨다. 저에게 말도 안하고 오셨다. 주차장에서 매니저형과 포옹을 하고 계셨다. 이렇게 직접 시상식장까지 오셔서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동했다. 함께 했던 선배 배우분들과 관계자분들에게도 정말 축하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혜준의 수상 소식을 누구보다 기뻐한 건 역시 그녀의 가족들이었다. 특히 정재광의 꿈을 가장 많이 응원해 주셨던 아버지의 감동의 남달랐고. "초등학교때부터 가족들과 영화 시상식을 보는 걸 좋아했다. 가족들과 함께 보는 그 시간이 정말 즐겁고 행복했다. 어릴 때부터 가족들과 영화도 많이 봤다. 그랬던 제가 이번에 그런 시상식에서 상을 타니 아버지가 친구들 사이에서 대장이 된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 저에게는 우셨다는 말씀은 안하셨는데, 형에게 들어보니 제가 수상하는 장면을 보시고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더라. 아버지가 제가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정말 지지를 많이 해주셨다. 사실 아버지의 꿈이 배우셨다. 그래서 더 저를 지지해주셨던 것 같다. 아버지가 연세가 65세인데, 지금 연극을 배우고 계실 정도로 배우에 대한 꿈이 크셨다. 지금은 저를 보고 정말 행복해 하신다"며 뿌듯해 했다.

정재광에게 신인상을 안긴 '낫아웃'이라는 작품은 결코 만만한 작품이 아니었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10대 청소년의 예민한 모습을 연기해야 했고, 운동선수 역할을 위해 왜소한 체형을 이겨내고 체중까지 엄청나게 증량해야 했다. 연기는 물론 외형적 변화까지. 그런 정재광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가 바로 청룡영상 트로피였다.

"서른한살에 열아홉살 연기를 하는건 쉽지는 않았다. 일단 수염 자국부터 있지 않은가. '낫아웃' 촬영하는 두달 동안 수염 왁싱을 정말 열심히 했다. 운동선수처럼 보이기 위해서 태닝도 열심히 했다. 살을 찌우고 빼는 건 사실 그렇게 고생스럽진 않았다. 영화를 위해서 25kg를 찌우고, 촬영을 마친 후에는 8시간씩 걸어서 살을뺐다. 일주일에 5~6번은 그렇게 걸은 것 같다. 하루에 26km를 걸은 적도 있다. 한강에서 걷다가 하정우 선배님을 만나서 인사를 드리기도 했던게 생각난다."

마지막으로 청룡영화상이 주는 기쁨에 취해있기 보다는 상을 자양분 삼아 더욱 나아갈 거라는 정재광은 청룡의 무게를 부담이 아닌 응원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힘줘 말하며 앞으로의 활약을 더욱 기대케 했다..

"이렇게 큰 상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부담으로 느끼지 않으려 한다. 그냥 늘 하던대로 제 발걸음에 맞춰 가던 대로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늘 하던대로 하다보니 이렇게 청룡 신인상이라는 뜻깊은 상도 받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배우 정재광은 상에 집착하는 배우가 아닌 작품을 계속 할 수 있는 배우이고 싶다. 앞으로 꾸준히 작품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상은 그렇게 열심히 하다보면 그 과정 중에 감사히 쥐어지는 것 같다. 20대에 연기를 하면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절실했다. 청룡신인상은 그때 그 시간 동안 정말 고생을 많이 했고 잘 지내왔다며 다독여주고 고생했다는 의미로 주는상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지금 30대를 20대 때보다 더 열심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