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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다 죽어' 갈라지는 팬심, 단장들의 고민...'합리적 기준'이란 과연 무엇인가[SC줌인]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역대급 광풍이다.

벌써 12명의 FA에게 무려 937억원이 풀렸다.

황재균이 27일 원소속팀 KT와 4년 총액 60억원(계약금 25억원, 연봉 29억원, 옵션 6억원) 에 두 번째 FA 계약을 하면서 총액은 900억원을 훌쩍 넘었다.

이미 종전 최고액을 찍었던 2016시즌 FA 총액 766억 2000만 원은 크게 넘어선지 오래.

설마 했던 1000억원 돌파까지 63억원 남았다. 박병호 정 훈 허도환이 남은 상황. 여전히 현실 가능성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 4명의 선수가 팀을 옮겼다. KIA 나성범과 NC 박건우 손아섭, LG 박해민이다.

최대어 나성범의 거액의 KIA 이적설이 먼저 돌고, 박건우 박해민이 실제 팀을 옮기면서 FA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경쟁이 붙으면서 몸값 기준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상 과열 FA 시장. 참전 의지가 있었던 구단 중 선뜻 참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빼앗긴 팀, FA 영입을 하지 못한 팀 팬들은 상실감이 컸다.

내년 시즌 추락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응원 구단을 향한 항의의 표시가 줄을 이었다. 트럭 시위 움직임이 있었고, 실행된 경우도 있었다.

팬심이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자 원 소속팀들에 비상이 걸렸다.

당초 예정보다 더 긴 계약기간, 더 많은 돈을 쓰면서 내부 FA를 주저 앉히기 시작했다. 30대 중반의 베테랑들에게도 최소 4년 보장 계약이 이뤄졌다. 내부 FA를 빼앗길 경우 전력 약화는 물론 팬들의 분노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연일 화려한 FA 계약이 이어지는 가운데 '합리적 기준'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한 구단 단장은 "당연히 잡고 싶고 잡아야 할 선수지만 구단 기준에서 크게 벗어날 경우 (경쟁팀 과한 오퍼를) 따라가거나 포기하거나 선택은 둘 중 하나"라며 "따라간다는 것은 사실 현재의 고민을 1,2년 후로 미루는 결과 밖에 되지 않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사실 시장 적정가라는 게 정답이 없다 보니 이게 맞는 결정인지, 틀린 결정인지 정해줄 사람이 없다. 무리해가며 추진할 수는 있는데 이게 맞는건지, 아닌지 결정을 내려도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단장은 "흥정은 붙이는 게 맞지만 기반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선수 하나에게 과한 투자를 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고민이 있다"며 장기적 발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영화를 만드는 데 주연배우한테 개런티를 왕창 몰아주면 시스템과 스태프는 다 죽는다. 수익과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인건비만 늘어나는 것이 옳은 방향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역대급 불장으로 기억될 2022년 FA 시장. 각 구단과 KBO 전체의 방향성에 대한 화두와 진지한 고민을 던졌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