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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전 美친 선방→축구 예능 관심, 女 국대 GK 윤영글 '스스로에게 고마웠어요'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스스로에게 고마웠어요."

덤덤하게 말을 이어가던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 수문장 윤영글(34)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날의 감동이, 그 감동을 만들기 위해 버텼던 시간이 머릿속에 스쳐간 것이다.

윤영글의 축구인생은 다이내믹하다. 중학교 1학년 때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했다는 윤영글은 연령별 대표를 두루 거친 엘리트다. 골키퍼에서 수비수로 전향했지만, 그의 입지는 단단했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2010년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더 이상 필드 플레이어로 뛸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선택의 기로 속 그는 골키퍼 장갑을 꼈다. 2015년 뒤늦게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그에겐 그라운드보다 벤치가 더 익숙했다. 포기는 없었다.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그렇게 흘린 땀의 결실은 아름다웠다. 그는 2021년 10월 미국과의 원정 친선경기에서 '미친 선방'으로 전 세계의 박수를 받았다.

윤영글은 최근 비대면 인터뷰에서 "그날의 경기는 A대표팀에 처음 왔을 때부터 꿈꿔왔던 거예요. 상상했던 경기였죠. 기회가 주어진 만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경기 전에 이미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머릿속에 있었어요. 사실 그 자리에 서기까지 노력을 엄청 많이 했어요. 지쳐서 죽을 만큼 힘들어서 울기도 했고요. 그렇게 버텨왔어요. 그 한 경기로 그동안의 힘듦을 다 보상 받은 느낌이었어요. 감격스러웠고, 감사했고, 스스로에게 고마웠어요"라며 돌아봤다.

어렵게 잡은 기회인만큼 간절함은 더욱 크다. 그는 "(인터뷰 앞두고) 일기를 썼어요. 과연 내가 올해 어떤 것을 이뤘고, 무엇 때문에 행복했는지요. 미국전에서 좋은 경기를 했지만 안주하면 안 돼요. 잘했던 부분에 너무 취해있으면 나태해질 것 같아요. 준비를 하면서 저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느껴요. 남보다 더 많이 준비하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내 모든 시간을 아낌없이 운동에 투자하죠"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윤영글의 투지와 열정에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최근에는 축구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는 "사실 본방송으로 보지 않았어요(웃음). 축하를 많이 받았죠. 방송에서 저를 잘 잡아주셔서 영상에 잘 나온 것 같아요. '윤영글 특집 아니냐'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응원 메시지를 많이 받았어요. 개인은 물론이고 여자 축구 응원 메시지를 많이 받은 것 같아서 감사해요"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2021년을 화려하게 마무리한 윤영글은 2022년을 향해 다시 뛴다. 2022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 항저우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대회들이 예고돼 있다. 윤영글은 현재 콜린 벨 감독의 부름을 받고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 중이다.

윤영글은 "지난 11월 뉴질랜드와의 2연전 뒤 곧바로 지도자 강습회에 다녀왔어요. 그 뒤로는 계속 몸을 끌어올리고 있어요. 당장 내년 1월 아시안컵이 있잖아요. 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일단 아시안컵 출전에 올인하고, 그 다음에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나아가야 할 것 같아요. 목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엄청 크잖아요. 앞으로도 피치에서 더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라며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