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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150억, 8명 674억' 비이성적 FA시장, 알고보니 이성적[SC줌인]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FA최대어' 나성범이 결국 예상대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KIA는 23일 나성범(32)과 계약 기간 6년에 계약금 60억원, 연봉60억원, 옵션 30억원 등 총 150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했다. 2017년 이대호가 세운 총액 150억과 같은 역대 FA 최고액 타이 기록.

예상된 규모였다.

올시즌 FA시장은 심상치 않았다.

1호 FA 최재훈(5년 54억원)을 시작으로 일찌감치 과열 조짐을 보였다.

박건우가 6년 총액 100억원에 NC 유니폼을 입었다. 박해민도 4년 총액 60억원에 LG로 이적했다.

김재환은 4년 최대 115억원, 김현수는 4+2년 최대 115억원에 각각 소속팀 두산과 LG에 잔류했다.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과열 양상. 최대어의 몸값이 150억원을 찍은 건 시장 흐름으로 볼 때 무리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계약한 FA 단 8명에게 무려 674억원이 풀렸다. 역대급이다.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 구단 재정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

올 겨울 FA 시장의 이상과열은 모순적이자 비이성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성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무엇이 시장을 뜨겁게 달군 것일까.

첫째, 역대급 전력 평준화 흐름 속 정상 회복을 향한 자구 노력이다. 관중 회복이 이뤄질 내년 시즌에 대비, 대부분 팀들이 속속 윈나우를 외치고 있다.

올시즌 프로야구는 파행을 거듭했다. 강팀들이 외부적 요인으로 고꾸라졌다. 디펜딩 챔피언 NC와 키움은 원정숙소 방역수칙 위반 파문 속에 주축 선수가 이탈하며 큰 타격을 입었다.

전통의 강자 두산은 막판 가을저력을 발휘했지만 오재일 최주환 등 FA 유출 속에 얇아진 선수층으로 시즌 내내 예년 같은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강호들이 주춤하는 사이 KT, 삼성, LG가 선두권을 형성했지만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한화를 제외한 9개 구단 모두 겨우내 외인과 FA 등 실질적 전력보강에 성공할 경우 큰 꿈을 꿀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창단 첫 9위 수모를 겪은 KIA는 나성범 양현종의 투-타 에이스 영입을 통해 파란을 꿈꾸고 있다.

LG는 박해민 영입과 김현수 잔류, 외인 타자 보강을 통해 약점이던 타선을 강화해 못 다 이룬 우승 도전에 나설 예정. 추락을 경험한 NC는 비록 나성범과 알테어를 놓쳤지만 박건우와 닉 마티니를 영입해 공백메우기에 나섰다. 심창민을 트레이드로 데려와 불펜 약점도 줄였다. 추가 FA 영입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KT와 삼성, 두산과 키움도 최대한 내부 전력을 다져 강팀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한다는 복안이다. 롯데 역시 내실 있는 준비로 도약을 노리고 있다. 트레이드 시장과 2차 드래프트 등 다른 방법이 사실상 막혀 있는 가운데 FA 대어는 거의 유일한 전력보강 방법이다.

둘째, 2023년 부터 시행될 샐러리캡(연봉총상한제)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21년과 2022년 외국인과 신인을 제외한 각 구단 연봉 상위 40명의 금액을 합산한 연평균 금액의 120%가 상한선이다. 샐러리캡을 넘기는 빈도가 늘어날수록 벌금이 커지고 신인지명 순위가 뒤로 밀리는 등 불이익이 상당하다.

연봉 상위 40명에는 FA의 연평균 계약금이 포함된다. 각 구단으로선 2022년 연봉지출을 최대한 늘려놓는 것이 유리한 셈. 첫해인 내년 연봉이 높은 구조로 설계될 수 밖에 없다. 때 마침 좋은 선수가 쏟아진 올겨울은 투자 적기였다.

결국 샐러리캡 특수는 올해까지다. 내년부터 이뤄질 FA 거액 계약은 당장 샐러리캡 상한선을 위협하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왕이면 올 겨울 필요한 선수를 잡아놓는 것이 능사라는 의미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샐러리캡 여파로 올겨울 FA 과열양상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내년부터는 이상 과열이 어느 정도 잦아들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