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왼손 통증에도 1군 완주. 내 자리 찾았다' 토종 에이스와 바꾼 포수. 아쉬움 가득 1년 [인터뷰]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잃어버렸던 것을 되찾은 1년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가야할 길을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젠 이탈 없이 쭉 내 길로 가고 싶다."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목표를 확실하게 제시하고 이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 그리고 한해의 아쉬움을 삭히며 내년을 향해 칼을 가는 사람. 롯데 자이언츠 포수 지시완(27)은 후자다.

2019년 겨울 처음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해도 '젊은 주전 포수가 왔다'는 롯데 팬들의 열광을 한몸에 받았다. 롯데는 앞서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FA로 떠난 이후 주전 포수가 마땅찮아 고전을 거듭했기 때문.

트레이드 메인칩은 직전 시즌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내 최다승(6승)을 기록한 토종 에이스 장시환. 지시완에게 쏠린 기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롯데 포수 지시완의 삶은 험난했다. 2020년 1군 출전은 단 3경기 11타석에 그쳤다. 올해도 시즌 초인 4월 6일 NC 다이노스전 결승타를 쳤지만, 단 1경기 선발 출전 후 2군으로 내려가야했다.

'차세대 포수'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제 1군에서 자리잡아야하는 나이다. 속이 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미디어와의 접촉을 자제하며 때를 기다렸다.

래리 서튼 현 감독이 부임한 5월부터 다시 중용받았다. 5~7월에는 주전 포수로 활약했지만, 후반기 들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안중열과 번갈아 마스크를 썼다. 특히 외국인 투수 스트레일리-프랑코와 주로 호흡을 맞췄다.

커리어 하이인 2018년(224타석) 이후 최다인 187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2할4푼1리 7홈런 2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41을 기록했다. 타격에선 확실한 한방을 입증했고, 꾸준히 비판받던 포수 수비 역시 나쁘지 않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딛고, 지시완이 다음 시즌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다.

"많이 배우고 느낀 한 해다. 타격 수비 모두 부족한 점이 많았다. 1군은 경험치를 쌓는 게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올해 덕분에 조금더 편안한 마음으로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1군 한자리를 확보한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진보다. 후반기엔 신인 손성빈과도 마스크를 나눠썼지만, 김준태(KT 위즈)가 트레이드되고 손성빈이 상무에 입대함에 따라 다시 안중열과 주전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무엇보다 미네소타 트윈스로 떠난 최 현(행크 콩거) 코치에 대한 감사함이 크다.

"최 현 코치님께 정말 많이 배웠다. 특히 '덮밥(미트를 땅에 덮으면서 공을 잡는 동작)'이 줄고, 낮은볼을 프레이밍하는 능력이 많이 좋아졌다. 또 포수로서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된 게 많다. 올해 우리팀 폭투가 102개인데, 투수들과의 호흡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했던 것 같다. 내년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공을 잡는 왼손 손가락에 시즌 내내 통증을 겪었다. 하지만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참았다. 지시완은 "두드려받은 듯한 통증이 오더라. 처음엔 손에 문제가 생긴줄 알았는데, 근육 문제였다. 손을 관리하는 법을 알았으니까, 내년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홈런 7개가 기분좋긴 한데, 좀더 잘 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는데 볼넷에 너무 신경쓴 것 같다. 초반에 타격은 괜찮았는데 볼넷이 1개도 없었다. '볼넷을 얻어야하는데' 생각하다 좋은 볼을 놓치고, 페이스가 흐트러졌다. 그래서 배트 그립이나 타격폼도 바꿔봤는데, 회복이 쉽지 않았다."

타고난 성격이 밝다. 덕분에 예민한 타입인 스트레일리의 전담 포수로 활약할 수 있었다. 그는 "준비할 때도 자신만의 루틴이 있고, 공 하나하나에 다음 스텝이 있다. 같이 한수앞을 봐줘야한다. 따라가기가 쉽진 않았지만, 그게 포수의 역할"이라며 웃었다. 프랑코에 대해서도 "랑코(프랑코의 별명)는 정말 사람이 착했다. 150㎞ 넘는 직구를 던지는데, 성적만 좋았다면…"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롯데 선수들을 인터뷰하다보면 자주 나오는 이름이 있다. '롯데 핵인싸' 김원중이다. 지시완도 예외가 아니다.

"(김)원중이 형한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네가 못하면 지금 1군에 있겠냐. 네 능력밖의 일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마라'는 말이 큰 힘이 됐다. 또 KT전 결승타 쳤는데, 블로킹이 잘 안되서 시무룩한 날도 있었다. 그때도 '이런 거 하지 말라고. 이겼잖아'라는 위로에 오케이! 끝!을 외쳤던 기억이 난다. 포수로서 내가 어떻게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만 고민하기로 했다."

시즌중 만루홈런을 친 지시완에게 '생애 최고의 순간'을 물었을 때, 답변은 "롯데전(2018년 6월 30일) 끝내기 홈런"이었다. 2022년 목표는 그때를 능가할 만한 '인생 모먼트'를 만드는 것이다.

"그때보다 더 극적인 홈런을 칠 수 있을까? (한국시리즈 끝내기 홈런 어떠냐는 말에)완전 짜릿할 것 같다. 롯데는 이제 박자가 맞아가는 팀이다. '맨날 기대만 하냐'는 사람도 있는데, 어떡하나 기대되는걸. 내년엔 꾸준하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