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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타 노린 기습 블로킹, 운이 따랐다' 정지석이 돌아본 '결정적 순간' [인터뷰]

[의정부=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케이타(KB손해보험)의 방심을 노렸다. 케이타도 사람 아닌가."

KB손해보험 케이타는 V리그 2시즌 째인 올해도 '괴물'이다. 올시즌에도 최다득점(573득점)은 따놓은 당상. 득점 2위인 삼성화재 러셀(488득점)을 압도한다.

뒤집어말하면 KB손보의 케이타 의존도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케이타만 막으면 이길 수 있다는 얘기. 하지만 말이 쉽지, 케이타를 앞세워 정규시즌 6연승을 달리는 팀이다.

'선두' 대한항공이 KB손보를 멈춰세웠다. 대한항공은 19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KB손보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2로 승리했다. 링컨(30득점)과 정지석(21득점)을 앞세워 케이타(36득점)이 버틴 KB손해보험을 눌렀다. '1위 결정전'이었던 이날 승리로 승점 1점 차이로 선두 자리를 지켜냈다.

경기 후 만난 정지석은 "이긴다는 생각보다는 지지만 말자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케이타보다는 다른 국내 선수들을 막는 법에 대해 연구했다. 그게 통했던 거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날 3세트 중반 정지석은 2연속으로 케이타를 블로킹하며 대한항공 쪽에 승기를 끌어왔다. 2~3세트를 따낸 뒤 4세트에 한숨을 돌리고 5세트를 따낸 이날 경기의 흐름을 감안하면 '결정적 순간'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지석은 "케이타를 완전히 내버려둔다기보다, 블로킹이 없는 척 하다가 갑자기 달려드는 걸 준비했다. 이쪽 코트에 있다가 (황)택의가 케이타에게 주는 순간 빠르게 달라붙어 직선 쪽을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이 쉽지 이게 가능한 토종 선수는 지난 시즌 MVP 정지석을 비롯해 몇명 되지 않는다. 그는 "케이타가 위에서 때리면 어쩔 수 없는 건데, 운도 좀 따랐던 것 같다. 케이타가 2세트 이후로 높이가 좀 낮아지기도 했고"라고 덧붙였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의 열정적 리액션에 대해서는 "항상 파이팅을 불어넣어준다. 남탓하지 말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각자 할 일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 팀의 제7의 선수가 함께 뛰는 느낌이다. 할 맛 난다"고 강조했다.

링컨도 "틸리카이넨 감독은 우리가 기술적인 실수를 했을 땐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우리 팀의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했을 때, 팀으로서 하나가 되지 못했을 때 그렇게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밀어붙이는데, 경험상 그게 또 잘 통한다. 우리에겐 신념 같은 것"이라고 거들었다.

정지석은 비시즌에 불거진 폭행 논란으로 인해 1~2라운드를 쉬고 3라운드부터 출전하고 있다. 정지석이 합류한 대한항공은 비로소 디펜딩 챔피언의 면모를 보이며 3라운드 4승1패를 기록중이다. 그는 "볼 하나하나 더 집중해서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지석은 갑작스럽게 방송사 인터뷰에도 임했다. 그는 "언젠가는 해야하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솔직히 지금도 집밖에 나가는 거나, 사람들 앞에 서는게 좀 무섭다. 하지만 계속 아무말 하지 않는 건, 팬들을 계속 실망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죄송한다고 말씀드리는게 프로로서 해야할 일이라고 본다. 이렇게 많은 경기에 결장한 건 데뷔 이래 처음이다. 정신적으로 염려되는 부분도 있었다. 다행히 링컨, (한)선수 형처럼 고참들이 도와주고 있다. 감독님도 날 믿어준다. 무엇보다 팀이 승리한다는게 중요하다."

의정부=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