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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주목 '전자약', 코로나 블루도 날릴까

[스포츠조선 김소형 기자] 최근 KT가 미국의 전자약 개발회사인 '뉴로시그마(NeuroSigma)'에 투자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자약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전자약(Electroceuticals)은 전자(electronic)와 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전자기적인 자극을 신체에 직접 전달해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 대체 치료장치다.

IT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각광받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재택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식약처 승인을 받은 우울증 전자약이 시판됐고, 조산 및 비만 관련 연구가 한창이다.

▶특정 부위 직접 자극해 약물보다 부작용 ↓…파킨슨, 우울증, 비만 등에 적용

전자약은 뇌와 신경세포에 전기적 자극을 가해 질병을 치료하는 전자장치로, 현재 식약처에서는 의료기기로 분류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를 통해 인지행동변화를 유도하는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DTx)와는 달리 신체에 직접 물리적 자극을 가하는 하드웨어 형태다. 오래 전부터 부정맥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는 '심장박동기'도 일종의 전자약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약은 주로 인체에서 전기적 기전을 가지고 있는 뇌와 심장, 신경 관련 질병 치료용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그 외의 신체질환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우울증, 파킨슨병, 뇌전증, ADHD, 요실금, 염증성 장질환, 비만 등에 적용하고 있는 것. 머리에 패치를 붙이거나 몸 안에 마이크로칩을 이식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치료가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국내 첫 우울증 전자약이 시판되기도 했다. 헤어밴드 형태의 미세한 전기자극기를 통해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전두엽 기능을 치료하는 방식으로, 병원에 있는 본체에서 처방과 제어 및 모니터링을 할 수 있어 재택 치료가 가능하다.

지난해 우울증 전자약 임상을 주도한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자약은 물리적 표적치료가 가능해 화학 성분의 먹는 약에 비해 위장관 손상 등의 부작용이 적고, 1일 1회 편한 시간에 재택 치료가 가능해 부담이 덜한 편"이라면서 "먹는 약에 거부감을 가진 환자나 임신부 등이 더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자약은 특정 부위·표적 장기에 제한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전신을 순환하는 약물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는 평가다. 또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한달치 약을 처방받았는데 약을 절반만 먹는다든가, 한꺼번에 먹는 등 관리가 안되는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 환자의 재택 치료 내역을 병원에서 꾸준히 체크할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경우 약을 제때 정량 투약하는 복약순응도가 낮은 환자들이 적지 않은 만큼, 효과는 더 크다는 평가다.

다만, 완전히 기존 의약품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안전성과 효능 확인을 위한 임상의 다양성이나 장기 임상 확보가 더 필요하기도 하다.

채 교수는 "앞으로 과학기술 발달에 따라 전자약 또한 더욱 다양하게 발전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재택치료 수요 커지면서 관심 ↑…'차세대 헬스케어 신기술'로 주목

전자약은 코로나19로 병원 문턱이 높아지면서 대두된 원격진료 및 재택치료의 필요성 때문에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주요 육성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 ADHD 전자약 개발 회사에 투자한 KT나 글로벌 제약사 GSK와 합작사를 차려 전자약을 개발 중인 구글처럼 ICT기술을 접목하려는 업계의 투자가 활발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설립한 뇌연구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에서도 체내에 전기 자극을 주는 전자 디바이스 이식을 연구 중으로, 의료분야에 가장 먼저 적용할 예정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전자약 시장의 미래는 밝다. 시장조사기관 베리파이트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약 211억8000만달러(24조9000억원)였던 글로벌 전자약 시장 규모는 2027년에는 367억달러(43조17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전자약은 맥킨지가 지난해 발표한 '2040년까지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10가지 유망 혁신'에 포함됐고, 지난 7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1 상반기 글로벌 보건산업 동향 심층조사'에서도 헬스케어 분야의 새로운 기술로 언급됐다. 또한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내년 신규 지원 바이오 원천기술 6개 사업에 포함되기도 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전자약이 우울증, 치매 등 뇌질환과 류머티즘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은 물론 최근에는 항암제로까지 개발 영역이 확대됐다"면서 "전자약이 각광받는 것은 기존 합성약이 부작용 발생 우려가 있는 데다 신규 의약품일수록 가격이 비싸 환자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만성질환이 늘면서 장기간 약 복용에 따른 내성을 막는 데도 전자약이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