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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삼성을 떠나며…' 박해민, 그는 끝까지 진심이었다[SC포커스]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무수한 FA가 소속팀을 옮겼지만 이 정도로 진심인 적은 없었다.

통상 옛 팀을 떠나는 아쉬움 반, 새 팀에서의 각오 반, 이렇게 전하는 경우가 대부분. 하지만 박해민은 삼성을 떠나는 아쉬움과 미안함을 전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14일 LG와 계약기간 4년 총액 60억원(계약금 32억원, 연봉 6억원, 인센티브 4억원) 계약 직후 박해민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새 팀에서의 활약에 대한 각오를 묻자 "생각을 정리한 뒤 모레(16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전하겠다"고 했다. 그만큼 떠나 보내야 하는 삼성 팬들과 삼성 선수단에 대한 예의를 앞세운 셈.

박해민은 계약 발표 당일 밤 늦은 시간에 아들 이든이의 이름으로 오픈한 SNS 계정에 2장에 걸친 손 편지 사진을 올렸다. 자신을 응원해준 삼성 팬들을 향한 작별의 인사였다.

남아 있지 못하는 미안함과 오늘날의 박해민을 만들어준 팬과 선수단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박해민은 "삼성라이온즈 팬분들께 고개숙여 이 편지를 바친다"며 "이 계정은 비공개로 팬분들과 함께한 추억으로 남기려고 한다"고 전했다.

박해민의 진심 어린 인사에 1000명 가까운 팬들이 댓글로 박해민의 헌신에 대한 감사와 그의 앞날에 대한 축복을 전했다. 그렇게 박해민은 대구를 떠났다.

FA 시즌임에도 "내년에도 주장을 맡고 싶다"던 영원한 캡틴. 수술이 필요한 인대 부상에도 "내 인대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바꾸고 싶다"던 박해민. 삼성 라이온즈가 키워낸 최고의 외야수는 마지막 순간까지 진심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SNS에 올린 박해민의 글 전문.

저에게 이런 상황이 올 거라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팬분들께 무슨 말부터 전해야할지 깊은 고민이 많았습니다.

2012년에 삼성라이온즈라는 팀에 입단해서 등번호 115번을 달고 경산볼파크에서 1군 무대를 꿈꾸던 제 자신이 삼성라이온즈 주장까지 맡게될 거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시즌 전부터 삼성에서 계속해서 주장을 맡고 싶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입단한 2012년 경산 볼파크까지 찾아와 주셔서 1군 무대를 꿈꾸던 저에게 힘을 불어넣어주신 팬분들이 있었기에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야구 인생에 첫 안타, 첫 홈런, 첫 우승, 첫 대표팀 첫 주장 까지 모든 처음을 삼성에서 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고 감사했습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이제 팬들과 조금씩 가까워져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떠나게 돼서 아쉽고 죄송합니다.

삼성 라이온즈를 떠나는 마음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고 아직 감정 정리가 되지않아서 제 진심이 잘 전달될지 모르겠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저희 가족 모두를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 또 한번 팬들의 소중함과 사랑을 느끼면서 정말 삼성라이온즈에서 선수생활을 잘 했구나라고 느낄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뛰어난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프런트, 팬들과 함께 하면서 제 자신도 너무 많은 경험을 하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10년 동안 너무나도 부족한 제 자신을 넘치는 사랑으로 부족하지 않다고 느끼게 해주신 동료, 코칭스태프, 프런트,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삼성라이온즈가 아니였다면 이렇게 좋은 선수가 될 수 없었을 겁니다.

정말 행복하고 좋은 추억 만들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떠나는 선수가 이렇게 글을 남긴다고 해서 삼성라이온즈에 남는다고 생각하신 분들의 상처 받은 마음이 괜찮아 질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제 말 한마디가 저를 믿고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에 마음에 더 깊은 상처가 되지 않길 바라면서 이 글을 남깁니다.10년 동안 변치않고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그리고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삼성라이온즈 팬분들께 고개숙여 이 편지를 바칩니다.



이 계정으로 팬분들과 많은 소통을 하고 싶어 열게 되었는데 그동안 이든이에게도 과분하고 넘치는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부로 이 계정은 팬분들과 함께한 추억으로 남기려고 합니다. 먼 훗날 이든이에게도 이렇게 주신 사랑을 알려주고 싶기에 이 계정은 비공개로 잘 간직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