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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안돼!' 야구 감독父 반대 꺾은 10세 꼬마의 꿈. 고교 제패→이젠 명품 유격수 [인터뷰]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10살 때 야구 하고 싶다니까 아버지가 정말 많이 반대하셨죠. 힘들다고. 근데 전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피는 못 속인다. 운동선수의 자녀는 타고난 운동 재능을 썩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미 겪어봤기에, 운동선수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도 잘 안다. 그래서 말리는 경우가 많다.

롯데 자이언츠 신인 김세민(18)도 마찬가지다. 그의 아버지는 한때 롯데에서 선수생활도 했던 김철기 현 강릉영동대 감독이다.

10세 꼬마 김세민이 '야구가 하고 싶다'고 했을 때, 김철기 감독은 극구 반대했다. 그렇게 예뻐하는 아들이건만, 가입신청서를 들고 졸졸 따라다니는 아들을 수차례 외면했다.

"학교에서 형이랑 동아리 야구를 했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형은 공부 잘하는데 전 못하니까 야구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아버지가 허락을 안해주셨어요. '프로 가기도 힘들고, 1~2년 잘한다 쳐도 또 안되는게 야구다. 절대 안 된다' 그러셨다. 엄마는 '아빠한테 허락받아라' 하시고. 결국 '며칠만 해봐라' 한게 여기까지 왔네요."

야구를 시작한 뒤론 아버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김세민은 "아버지와 고교 시절 이창열 코치님 덕분에 여기까지 온 거 같다"며 미소지었다.

롯데의 슈퍼루키 김진욱(19)의 1년 후배다. 지난해 주말리그 타점-도루왕을 휩쓸었다. 김진욱과 함께 전국대회 우승을 일궈냈고, 김진욱이 없는 올해도 전국대회 우승을 2개 더 추가했다.

올해 고교무대 타율은 3할2푼9리(76타수 25안타). OPS(출루율+장타율)는 0.942에 달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지만, 청소년대표에도 뽑혔다. 고교 1~3학년 사이 쑥쑥 성장한 결과, 영광은 한껏 누렸다.

하지만 '지난 1년을 돌아본다면'이란 질문에 김세민의 표정은 진지했다. "정말 간절하고 절박하게 미친놈처럼 뛰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1학년 때는 자신만만했죠. 3할은 당연하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1할 쳤잖아요? 2학년 때도 방망이가 안 맞는 거에요. 3학년 되면서 '드래프트 떨어지면 군대 먼저 가자'고 생각했죠. '대학 가든 프로 가든 나중 문제고,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뛰자' 하니까 비로소 야구가 잘 되더라고요. 강릉고의 역사를 새로 썼으니까, 자랑스럽죠."

2차 드래프트가 열리던 날, 그는 청소년대표팀 숙소에서 방송을 지켜봤다. 김세민 세 글자가 불리는 순간, 김진욱의 전화가 즉각 걸려왔다고. 인터뷰에 앞서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의 어깨를 반갑게 치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김)진욱이 형은 장난만 칠줄 알았는데…의외로 자상하고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대표팀에서 (조)세진이하곤 엄청 친해졌는데, (한)태양이가 낯을 많이 가려요. 지금 룸메이트인데, 처음엔 어색했지만 지금은 많이 친해졌습니다. "

이번 드래프트에는 김도영(KIA 타이거즈) 이재현 김영웅(삼성 라이온즈) 등 수준급 유격수가 많았다. 김세민은 "제가 봐도 장점이 정말 많은 친구들"이라며 "전 아직 너무 무난한 선수라고 생각해요. 확실한 저만의 장점을 갖고 싶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제 프로 무대다. 프로 와서 가장 달라진 점을 물으니 "밤에 휴대폰을 쓸 수 있으니까 적응이 안된다. 면허는 아직 없다. 차는 1군 올라가면 사겠다"며 웃었다.

교육리그는 김세민에겐 눈을 새로 뜨는 경험이었다. 겉보기엔 비슷했던 선배들의 힘과 타구 속도는 비교 불가였다.

그리고 친구이자 경쟁자들의 실력도 눈앞에서 보게 됐다. 롯데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김세민 외에 윤동희 한태양 김서진 김용완까지 무려 5명의 유격수를 뽑았다. 김세민은 "아 벌써 경쟁이구나. 이걸 이겨내야 비로소 선배님들하고 부딪칠 기회를 받겠구나 싶어요.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김세민은 1m84의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이다. 기본기가 좋고, 특히 주루플레이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키는 그만 크고 이제 옆으로 커져야죠. 프로라기엔 아직 힘이 부족해요. 상동은 밥이 정말 맛있고, 편의점 가려면 걸어서 15분 걸리는 곳입니다. 몸을 잘 만들어서 올해 꼭 1군 올라가서 팬들께 다시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