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영원한 라이온즈 맨일 것 같던 박해민(31)이 떠났다.
LG는14일 FA 박해민과 계약기간 4년 총액 60억원(계약금 32억원, 연봉 6억원, 인센티브 4억원) 계약 소식을 알렸다.
2013년부터 삼성에서 9시즌 동안 1096경기에 출전, 타율 2할8푼6리, 1144안타, 42홈런, 706득점, 414타점, 318도루를 기록한 호타준족.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했고, 2015년은 시즌 60도루를 기록한 바 있다. 또한 넓은 수비 범위를 바탕으로 리그 최고의 중견수로 평가 받는 선수다.
박해민은 올시즌 주장으로 솔선수범 하며 팀을 정규시즌 2위로 올려놓았다. 몸을 날리는 수비 도중 손가락 인대를 다쳤지만 시즌 끝까지 완주한 뒤 수술을 하는 투혼을 보이기도 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는 몸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다짐하며 "인대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또 한번 맞바꾸고 싶다"고 까지 했다. 그만큼 삼성 라이온즈를 사랑하고 우승을 갈망했던 선수. 삼성팬들의 잔류 열망에도 그는 왜 떠났을까.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삼성과 LG의 조건에 현실적 차이가 있었다.
몸값이 곧 가치를 상징하는 프로페셔널 선수. 당연히 좋은 조건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박해민도 14일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현실적 문제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LG 뿐 아니라 삼성도 우승을 노리는 강팀이 됐는데 우승 때문이라고 말씀 드릴 수는 없죠. 솔직히 말하면 (삼성과) 의견 차이가 있었어요. 삼성 팬 분들께 너무나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삼성에 서운한 부분은 전혀 없어요. 삼성은 협상과정에서 제게 최선의 조건을 제시해 주셨다고 느끼고 있거든요. 아쉽긴 하지만 서로 생각하는 부분이 달랐던 것 같아요."
LG의 4년 최대 60억원은 파격적 제시액이었다. 지난해 두산과 6년 최대 56억원과 비교하면 더욱 그랬다.
삼성이 덜 베팅했다기 보다 LG가 이적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만큼 박해민에 대한 LG의 평가가치가 컸다. 이적은 당연한 결과였다.
박해민은 삼성 팬들과 옛 동료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거듭 표현했다. 새 팀에서의 각오보다 죄송함을 표현하는데 인터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마음이 복잡합니다. 어릴 적부터 삼성에서 컸고, 행복한 기억도 많았어요. 우승도 해봤고 두번의 대표팀도 다녀왔죠. 암흑기에 주장을 맡아 포스트시즌 경험까지 아름다운 추억이 많아요. 기분 좋은 추억을 가지고 갑니다. 좋은 조건으로 이적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 서포트 해주고 키워주신 감독님과 팀 내 모든 분들, 팬 분들께 진심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 영원한 것도, 확실한 것도 없다.
경쟁이 있는 한 FA 시장은 언제, 어떤 변화가 있을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는 사실이 또 한번 입증됐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