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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 '故김대중 전 대통령役 부담多'…'킹메이커' 설경구X이선균, 진득한 정치 로맨스 탄생(종합)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올해 마지막 극장가를 달굴 명작이 탄생했다. 흔한 정치판의 싸움을 다룬 기존의 정치 영화가 아니다. 촘촘한 밀도와 진득한 낭만까지 함께 쏟아낸 '킹메이커'. 새로운 인생작, 인생캐릭터를 경신한 설경구와 이선균의 정치 로맨스가 12월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네 번 낙선한 정치인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정치 영화 '킹메이커'(변성현 감독, 씨앗필름 제작).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킹메이커'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시사회에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네 번 낙선한 정치인 김운범 역의 설경구,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 역의 이선균, 그리고 변성현 감독이 참석했다.

'킹메이커'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선거 참모였던 엄창록, 그리고 1960-70년대 드라마틱한 선거 과정을 모티브로 영화적 재미와 상상력에 기초해서 창작된 픽션 영화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뜻은 같으나 이를 이루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킹메이커'는 정당한 목적을 위해 과정과 수단까지 정당해야 하는지, 아니면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감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내년 3월 열리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지금, 현시대와 맞닿아 있는 메시지로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킹메이커'는 명품 배우 설경구, 이선균의 스크린을 찢는 열연으로 작품성과 공감을 높였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17) 이후 4년 만에 변성현 감독과 재회한 설경구는 대의를 이루기 위해 세상에 도전하는 정치인으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러닝타임 내내 가득 채웠다. 또한 '기생충'(19, 봉준호 감독)으로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사로잡은 이선균은 2년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 승리를 위해 치밀한 전략을 펼치는 '선거판의 여우'로 파격 변신하며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날 설경구는 "모티브가 된 큰 위인, 인물이 있다. 실제 그 분을 모사할 수 없었다. 김운범만의 이미지를 접근하면서 그 분과 사이의 중간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또 연설하는 장면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아 난감했다. 그 부분을 변성현 감독과 톤을 잡아가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실존 캐릭터에 대해 부담이 컸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김운범의 이름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이기도 했다. 너무 부담스러워서 변성현 감독에게 바꿔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름에서 오는 부담감이 상당하더라. 이 캐릭터는 실제 인물을 최대한 가져오지 않으려고 했다. 그저 김운범 그 자체로 생각하려고 했다. 생전 모습을 따라하거나 할 수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대선을 앞두고 개봉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시국에 미루고 미루다 이 시기에 개봉하게 됐다. 목적을 가지고 영화를 개봉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를 본 관객마다 다른 생각을 하실 것이다. 외피는 정치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서 부담도 되지만 '불한당' 당시 변성현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어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선균은 "영화를 어떻게 보실지 선거를 치루는 마음과 같다. 나는 정보가 없는 역할을 연기했다. 변성현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상상력으로 연기를 하려고 했다. 왜 그림자의 역할로만 있어야 하는지 당위성을 생각하며 연기하려 했다"고 답했다.

그는 "선거를 다룬 이야기지만 김운범과 서창대 관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접근하게 됐다. 개봉 시기가 우연히 대선을 앞두고 개봉하게 됐다. 그런 부분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것보다 코로나19 시국에 관객이 우리 영화에 어떻게 하면 관심을 갖게 할지가 더 고민되는 지점이다"고 말했다.

설경구를 향한 존경심도 드러냈다. 이선균은 "내가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롤모델로 삼은 배우였다. 마치 극 중 서창대가 김운범을 보는 느낌이었다. 현장에서 설경구는 큰형과 같다. 모든 것을 다 포용해주는 느낌이 있었다"고 애정을 전했다.

변성현 감독은 "이 영화에 가장 흡족한 부분은 배우들의 연기다. 그 부분을 잘 보여주고 싶었고 신경쓰려고 했다"며 "실제로 자료조사를 혼자 열심히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삼았다기 보다 는 그 분의 자서전을 읽다가 몇 줄 써 있었던 서창대의 실제 모델인 한 남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선거의 귀재였다고 써져있다. 야사로 불리는 구전된 이야기가 많았다. 그렇게 캐릭터를 만들게됐다"고 밝혔다.

그는 "부담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담을 안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 개봉 시기는 정말 우리가 의도한 것은 아니다. 그저 관객이 장르 영화, 상업 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인물들에게 매혹을 느낀 지점은 장르적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픽션과 논픽션의 결계는 이 인물에 대해 정확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다. 역사적 배경을 몇가지 두고 영화적 상상을 더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또 다큐멘터리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고 소신을 전했다.

캐스팅 과정도 털어놨다. 변성현 감독은 "'불한당'을 설경구와 하기 전부터 '킹메이커'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김운범은 걱정하지 않았지만 서창대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컸다. 설경구가 이선균을 제안했다. 당시 드라마 '나의 아저씨' 촬영이 한창이었는데 시나리오를 주고 연락을 못 받고 있었는데 우연히 미용실에서 만나게 됐다. 운명처럼 만난 배우들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킹메이커'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네 번 낙선한 정치인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설경구, 이선균, 유재명, 조우진, 박인환, 이해영, 김성오, 전배수, 서은수, 김종수, 윤경호, 그리고 배종옥이 출연했고 '나의 PS 파트너'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의 변성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9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