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신인이던 1992년, 스스로를 불살라 팀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겼다. 17년의 선수생활, 6년간의 코칭스태프. 그리고 4년을 '야인'으로 보냈다.
2021년은 '안경에이스' 염종석이 자신의 인생에 '감독'이란 두 글자를 새긴 기념비적인 첫해다.
올해부터 동의과학대 야구부를 이끌고 있다. 그는 2015년 롯데 코치를 그만둔 뒤 지역방송 해설자로 일하면서 많은 야구인들을 만나면서 하게 된 결심. 3년가량 대학팀 창단을 준비했고, 김영도 동의과학대 총장과의 독대에서 프리젠테이션까지 직접 한 결과 승낙을 받아냈다.
대학 입장에선 신입생 모집이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지는 상황. 냉정하게 보면 '염종석'이란 이름값이 아니었다면 이뤄지기 힘들었던 창단이었다. 스스로를 학교 홍보를 위해 내던지겠다는 각오, 야구부를 통해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다는 청사진이 통한 결과다.
부산을 대표하는 야구인의 책임감이다. 염 감독은 "부산에 야구 잘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짧게는 7년, 길게는 10~12년씩 해온 야구를 프로 떨어졌다고 18살에 바로 놓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한번의 기회를 더 줄 수 있고, 보다 즐겁게 2년 더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웃었다.
잘하는 선수는 프로로 간다. 공부와 병행한 선수는 4년제를 지망한다. 결국 염 감독이 영입할 선수들은 드래프트 탈락 후 야구 포기를 고민하는 선수들이다. 그는 "6년째 해설을 하고 있지만, 평생에 이렇게 말을 많이 해본 건 선수 스카웃할 때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창단 첫해부터 성과가 적지 않다. 4~6월에 열리는 U리그(대학리그)는 권역별로 치러진다. 지역별로 9개 팀이 배정된다. 타 지역에 비해 부산 지역 팀이 많아 동의과학대는 충청권에서 U리그 데뷔시즌을 치렀다.
9팀 중 5위까지 U리그 왕중왕전(올스타전) 토너먼트에 출전할 수 있다. 창단 첫해 1학년 선수밖에 없는 동의과학대로 4위를 기록, 왕중왕전에 진출했다. 비록 1라운드에서 송원대에 패해 탈락했지만, 염 감독 개인에겐 뜻깊은 순간이었다.
U리그 외에도 전국대학야구선수권, 대통령기 등 2개의 토너먼트 대회가 있다. 6월에 열린 선수권에선 또 송원대를 만나 탈락. 8월의 대통령기에는 1회전에서 만난 경희대를 상대로 연장전 끝에 6대7로 석패했다.
"9회초까지 우리가 6-4로 이기고 있었는데, 9회말에 동점 투런포 맞고 연장에서 결국 졌다. 학교 난리나게 할 수 있었는데. 정말 아까웠다."
대학은 의무교육이 아니다. 시즌 도중 그만두는 선수들이 많다. 동의과학대도 35명으로 시작한 팀이 겨울이 되니 20명밖에 남지 않았다. 염 감독은 "프로 갈만한 선수가 있는가 하면, 대학야구에도 벽을 느끼는 선수들이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고등학교는 팀이 우선이다. 4년제 대학이라도 가야하니까. 대학은 스카우터 눈에 띄어야한다. 개인전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출전시간 분배가 필요하다. 올해는 첫해니까 치고 달리고 즐겁게 뛰라고 했다. 프로 가기 힘든 선수인데, 부모님들이 '아이가 평생 야구를 했는데, 유니폼 입고 졸업하게만 해주세요'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옛날처럼 무대포로 '따라와!' 할수 없지 않나. 선수를 불러서 그만두지 않게 잘 달래야한다. 더 즐겁게 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대학야구 감독이 이렇게 힘들다."
야구팀 감독에 방송국 해설, 대학 홍보까지 바쁜 1년을 보냈다. 염 감독은 "학교를 도와야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부산에 야구 안 좋아하는 사람이 없고, 야구 좋아한다 하면 또 내 팬이고. 나도 기분 좋고 학교도 좋고. 내 이름 언제까지 써먹을 수 있으려나"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