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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스걸파@올팍' 12월 칼바람 녹인 따뜻한 '행복나눔'운동회[靑運:청스한]

"하나도 안추워요. 오랜만에 넓은 공원에서 친구들과 뛰노니까 진짜 재미있어요."

인정사정 없는 동장군이 성큼 찾아온 12월의 첫날, 오후 2시 두터운 롱패딩으로 중무장한 어린이들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피크닉광장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송파구청 산하 송파키움센터 아이들 70여 명이 학교가 파하자마자 '올팍'으로 달려왔다. 송파키움센터는 만 6~12세 초등학생들의 방과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구청장이 설치 운영하는 시설로 송파 워킹맘들의 비빌언덕이자 아이들의 배움터, 놀이터다.

코로나 시대, 운동회의 기쁨조차 잃어버린 아이들을 위해 산간 벽지 오지를 찾아다니는 대한체육회 스포츠버스가 이례적으로 서울 올림픽공원에 출동했다. 마침 이날은 송파2동 키움센터의 '행복나눔 힙합교실' 수업이 있는 날. '손 꽁꽁, 발 꽁꽁' 겨울바람을 뚫고 스포츠버스 '작은 운동회'와 '행복나눔 힙합교실'의 따뜻한 '콜라보(컬래버레이션)'가 전격 성사됐다.

▶칼바람도 녹인 따뜻한 '스포츠버스-작은 운동회'

코로나 시국, 올림픽공원서 열리는 대부분의 행사들이 중단되거나 연기됐지만 송파 아이들을 위해 모처럼 피크닉광장이 활짝 열렸다. 확 트인 야외, 깨질 듯 파란 하늘 아래 칼바람에도 아이들은 신이 제대로 났다. '스포츠버스' 전문강사들의 능수능란한 진행에 맞춰 작은 운동회가 시작됐다.

스트레칭, 몸풀기 체조 후 레드팀(송파2동, 오금융합, 삼전2호키움센터)과 옐로팀(잠실융합, 석촌, 장지동 키움센터)의 전쟁이 시작됐다. "옐로 옐로 파이팅!" "레드!레드!레드!" 첫 맞대결인 응원전부터 기싸움이 치열했다. 지고는 못사는 아이들의 하이톤 함성이 광장을 가득 채웠다. 팀 전원이 2열로 줄 선 채 대형 애드벌룬을 머리 위로 옮기는 '지구를 옮겨라', 팀원들이 손잡고 U자 대형을 한 후 손을 놓지 않고 훌라후프를 통과해야 하는 '단합 훌라후프 탈출' 등 흥미진진, 팀 경기가 이어졌다. 투명한 버블슈트에 공을 많이 넣는 팀이 승리하는 '꿈을 모아라'에선 옐로팀이 68개, 레드팀이 75개의 공을 던져넣었다. "레드팀 200점! 옐로팀 190점!" 판정에 레드팀이 세상을 다 얻은 듯 깡총깡총 뛰어올랐다. 후끈한 승부의 열기, 혈기왕성 아이들은 롱패딩을 벗어던졌다.

마지막은 역시 운동회의 백미, '런 투게더' 계주였다. 뜨거운 한판승부, 박빙의 릴레이속 계주가 처음인 옐로팀 주자의 치명적(?) 실수가 나왔다. 바통을 이어받은 초등학교 1학년 막내가 돌연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귀여운 '역주행'에 폭소가 터졌다. 차이가 벌어지자 레드팀 최종주자는 옐로팀 친구가 가까워질 때까지 기다리는 '매너 레이스'를 선보였다. 최종점수 발표시간, 아이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옐로팀 2170점! 레드팀 2170점! 동점입니다!" 빨간 조끼, 노란 조끼 아이들이 일제히 "와!" 환호성을 내질렀다. 누구도 무승부를 의심치 않았다. 모두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행복한 기념 촬영으로 작은 운동회를 마무리했다.

▶"행복나눔 힙합교실,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운동회 직후 송파2동 송파키움센터 어린이 15명의 행복나눔 힙합교실(대한체육회 주최, 대한에어로빅힙합협회 주관) 수업이 이어졌다. 11월부터 매주 2회 연마해온 힙합댄스 실력을 선보일 시간. 허은숙 강사(송파구에어로빅힙합협회장)의 구령에 맞춰 아이들의 군무가 시작됐다.

허 회장은 "아이들이 하교후 키움센터에 오면 활동량이 줄어드는데,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다 보면 저절로 경쾌해지고 명랑해지고 밝아진다"고 힙합댄스의 마법을 설파했다. "요즘 TV에 나오는 '스우파(스트릿우먼파이터)' '스걸파(스트릿댄스걸스파이터)' 덕분에 힙합댄스가 인기인데 우리 아이들도 힙합 리듬을 통해 활기를 되찾고 신체표현을 통해 자신감도 생기는 것같다"고 했다. 현장을 찾은 조용만 대한체육회 사무총장도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에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무릎을 까딱이며 아이들의 댄스를 따라하는 총장님의 모습이 친근했다. 조 총장은 "지역키움센터 어린이들이 오랜만에 야외에서 활동하는 걸 보니 기분이 좋다. 역시 유청소년기엔 신체를 단련하고 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스포츠 활동은 정말 중요하다"며 흐뭇함을 전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버스는 도서, 산간 벽지 등 평상시 스포츠 체험을 하기 힘든 지역을 직접 찾아가는 사업인데, 오늘은 행복나눔 스포츠교실과 연계해 서울에서 특별히 진행하게 됐다"면서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보니 어렸을 때 운동회 생각도 난다. 이런 행사들이 더 활성화돼야 유청소년들이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이런 행사를 안전하게,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의지를 천명했다.

심재희 송파2동 송파키움센터 센터장은 "날씨가 추워서 걱정했는데 어른들만의 기우였다. 마스크 쓰고 실내에만 있다가 모처럼 드넓은 실외로 나와, 아마도 두 팔 활짝 펴고 날아가는 느낌이었을 것"이라며 뿌듯해 했다. "날씨가 추워져서 걱정하는 부모님도 계셨는데, 꼭 가겠다고 눈물을 흘린 아이들도 있었다"며 운동에 진심인 아이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코로나로 인해 운동을 많이 못하고 있는데, 대한체육회에서 힙합교실 프로그램을 지원해주셔서 일주일에 2번 진행중이다. 힙합댄스를 시작한 후 아이들끼리 서로 친해지고 웃음소리도 많이 나고 건강하고 활기차 지는 것같다"고 귀띔했다.

정말 그럴까. 아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초등학교 2학년 (박)호기는 "달리다 보니 몸도 풀리고, 하나도 안추웠어요. 키움센터엔 이렇게 뛰어놀 공간이 많지 않은데, 이렇게 넓은 공원에서 친구들과 맘껏 놀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라고 똘망똘망 소감을 전했다. BTS(방탄소년단)의 열혈팬이라는 초등학교 4학년 (최)민지와 (허)유진이도 "다른 센터 친구들과 함께하는 운동회, 새롭고 재미있었어요"라고 입을 모았다. '초2' 막내 (황)지유의 소감은 여덟 살 아이다웠다. "너무 재미있어서 학원 가기 싫어졌어요."

힙합댄스 이야기가 시작되자 아이들의 눈빛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힙합댄스, 왜 좋아?'라는 질문에 이구동성 "점핑잭, 뛰는 게 재미있거든요" 한다. '점핑잭이 대체 뭐기에….' 백문이 불여일견. 아이들이 동시에 '크레용팝'처럼 튀어올랐다. 4인조 힙합댄스 그룹이 뚝딱 결성됐다. 아이들의 '일사불란' 신명나는 안무, '엄마미소'가 절로 흘러나왔다. 칼바람에도 아랑곳않는 '송파 스걸파'의 씩씩한 칼군무에 꽁꽁 언 손발도, 얼어붙은 마음도 사르르 녹아내렸다. 올림픽공원(서울)=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