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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진이 될지 모르는데…' FA 포수가 툭 던진 한마디, 진짜 속내는?[SC줌인]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10일 열린 2021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

마지막 순간 호명된 주인공이 짜릿한 대미를 장식했다. 삼성 외야수 구자욱이었다.

생애 첫 20홈런-20도루 달성과 함께 득점왕과 3루타왕을 차지하며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맹활약한 선수. 하지만 그가 경쟁을 펼친 외야는 험지였다. 쟁쟁한 선수들이 포진해 있었다.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건 곧 리그 최고 타자임을 의미했다.

최고 활약을 펼친 구자욱도 수상을 선뜻 예상하지 못했다. 최다안타왕에 빛나는 강력한 후보 롯데 전준우 선배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

검정색 양복과 검은 넥타이의 수수한 차림으로 행사장에 나타난 구자욱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만약 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나비 넥타이라도 매고 왔을 것"이라며 웃었다.

가슴 설레는 파격적 결과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143표를 획득하며 133표를 얻은 전준우를 단 10표 차로 제치고 세번째 외야수로 호명됐다.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 평생 꿈꿔온 환희의 순간, 구자욱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구자욱은 떨리는 목소리로 "20년 전 야구가 좋아서 시작한 소년에게 오늘에서야 이 상을 안기게 됐다"며 "야구 하면서 가장 행복한 밤이 될 것 같다"고 감격어린 수상 소감을 전했다.

구자욱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옆에서 더 기뻐한 선수가 있었다. 이미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팀 선배 강민호였다. 무려 6번째 포수 수상으로 조금은 담담하게 시상식을 지켜보던 선배.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 포수 발표 때보다 훨씬 더 격렬한 감정을 표현했다.

구자욱이 무대 위에서 감격의 소감을 밝히는 동안 강민호는 얼굴을 가린 채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자욱이의 첫 수상을 너무나도 기원했다. 손을 잡아주고 싶었는데 혹시나 싶어 그러지 못했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생방송이 끝난 뒤 무대 위에서 포토타임과 인터뷰를 진행한 강민호는 구자욱에게 다가갔다.

"같이 사진찍자. 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데…"라며 구자욱과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2015년 이승엽(지명타자) 나바로(2루수) 이후 무려 6년 만에 탄생한 삼성의 골든글러브 수상 듀오. 잊을 수 없는, 영원히 기억될 투샷이 남았다.

농담처럼 던진 강민호의 "마지막" 언급에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었다.

올 겨울 세번째 FA 자격을 얻은 최고 포수. 여전한 공-수 미래 가치를 품은 그의 거취에 큰 관심이 모이고 있는 시점. 한마디도 허투루 들을 수 없다.

FA 시장의 변동성 상 섣부른 예단은 이르지만 강민호의 언급은 '타 팀으로 가겠다'는 의미가 큰 건 아니다. '포수와 외야수 모두 치열한 포지션이라 향후 동반 수상이 쉽지 않다'는 의미가 더 크다.

실제 강민호는 '후배 구자욱이 내년 시즌 우승을 원한다. 우승을 위해 강민호 선배가 반드시 잔류해야 한다'고 말하자 활짝 웃으며 "(삼성 홍준학) 단장님 어디계시죠?"라고 두리번 거리며 너스레를 떨었다. 강민호 다운 유쾌한 대응이었다.

강민호는 삼성에 남아 올시즌 못다 이룬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을 꿈꾼다. 현재 으뜸으로 원하는 최상의 선택지다.

잔류를 강력 원하는 선배 오승환과 뷰캐넌 원태인 등 삼성 동료들의 꿈 같은 바람이 현실이 될 공산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