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김호철 전 남자대표팀 감독(66)이 최근 내홍을 겪은 IBK기업은행의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 6일 기업은행의 러브콜을 받은 김 감독은 지난 7일 고민의 시간을 가진 뒤 감독직을 수락했다. 구단은 김 감독의 자가격리가 끝날 즈음 감독 선임 발표를 하려고 했지만, 계획을 바꿔 전격적으로 8일에 진행했다.
베테랑 감독의 귀환이다. 김 감독의 미션은 명확하다. 서남원 전 감독과의 불화로 촉발된 주장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의 무단 이탈 등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최대한 빨리 봉합해야 한다.
내부 진단이 필수다. 그나마 겉으로 드러난 요소는 제거가 된 상태다. 기업은행은 김 감독 선임을 발표하면서 "조송화와 관련하여 10일 한국배구연맹 상벌위원회가 개최될 예정이나 구단은 상벌위원회의 징계 결과와 관계없이 조송화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리고 배구인들에게 등돌림을 당했던 김 코치의 사의도 수용했다. 구단은 "정상적인 경기일정 소화를 위한 구단 요청에 따라 임시로 감독대행직을 수행한 김 코치의 사퇴 의사를 수용했다. 김 코치는 배구단을 떠나게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아있다. 남은 선수들 사이에 존재하는 파벌이다. 카리스마형 감독이 새로 부임했기 때문에 선수들은 몸을 사릴 것이다. 다만 이미 두 명의 감독이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팀을 떠났기 때문에 '원팀'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힘들다는 건 분명하다. 기업은행의 사태는 조송화와 김 코치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변수는 김 감독이 여자 팀 사령탑을 처음 경험한다는 것. 남자 팀보다 더 세밀하게 신경써야 한다. 그래도 카리스마를 갖춘 김 감독은 꼼꼼한 성격이기 때문에 여자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건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김 감독은 "빠른 팀 정비가 우선이다.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팀 정상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김 감독 곁에는 든든한 지원자도 있다. 주인공은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일군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다.
현역 시절 이탈리아 리그에서 활약하며 이탈리아리그 최고 외국인선수상과 최우수선수상(3회)을 수상하기도 했던 김 감독은 베네통클럽 트레비소, 멕시카노 파르마클럽, 라벤나 밀라빌란디아, 트리에스테 등 이탈리아 리그팀 사령탑을 맡기도 했다. 특히 김 감독의 딸이 라바리니 감독이 지휘했던 이고르 고르곤졸라 노바라에서 선수로 뛰었기 때문에 인연은 깊다.
이어 "라바리니 감독은 대표팀에서 김희진 김수지 표승주 등 팀 주축 멤버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지금은 나보다 훨씬 잘 알기 때문에 조언을 구할 것이 있으면 구하겠다"며 열린 생각을 드러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