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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미란이 '가난 벗어나 플렉스, 외롭움+두려움에 괴로웠다'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래퍼 미란이가 무한성장을 보여준다.

미란이는 30일 오후 6시 새 EP앨범 '업타운 걸(UPTOWN GIRL)'을 발표한다. '업타운 걸'은 Mnet '쇼미더머니9(이하 쇼미9)' 이후 1년 만에 발표하는 앨범으로 방송 이후 겪었던 변화와 혼란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담았다.

"간절하게 꿈꿨던 상황 속에 들어와있는 느낌이었다. 좋으면서도 적응하는데 혼란스러웠다. 항상 '쇼미9' 1년 안에 앨범을 내고 싶다고 어필했었다. 그래서 7월부터 작업실에 앉아있는데 멘붕이 오더라. 옛날에는 나를 봐주는 사람도, 내 곡을 들어주는 사람도 많지 않아 내 마음대로 하면 됐는데 지금은 '데이지'나 'VVS' 미란이가 아니면 손가락질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내가 대중에게 어떻게 비춰져야 할지 고민도 됐다. 하루도 안 빼놓고 작업실에 갔는데 한 글자도 못 써서 원래 내기로 했던 싱글도 발표하지 못했다. 그런데 나 혼자 두려움을 갖고 틀을 만들었던 것 같더라. 그토록 내가 원했던 삶을 살고 있고, 멋진 음악을 만들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게 화가 났다. 아무거나 써보자고 생각하고 만든 노래가 '지겨워서 만든 노래'였다. 그 노래를 기점으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들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결과물이 나왔다."

이번 앨범을 함축하자면 '다양한 시도'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힙합적인 요소를 살리면서도 비주얼적으로도 시도를 했다. 일례로 타이틀곡 '티키타' 뮤직비디오는 다른 힙합 뮤직비디오와 달리 스토리를 담아 새로운 변화를 추구했다. 다이어트도 도전했다. "필라테스와 PT를 하며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키우는 다이어트를 했다. 한달 정도는 하루에 샐러드 하나 먹으며 집중관리를 한 것 같다. 3~4kg 정도 감량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음악적으로 변화를 꾀했다. '티키타'와 마지막까지 타이틀곡 경합을 벌였다는 '업타운걸'의 경우 팝스러운 요소를 가미해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대했다. 가사 내용 또한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며 다양한 스토리를 완성했다.

"이번에는 많은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장르적 범위도 넓어졌고 가사적으로도 할 얘기가 많았다. 옛날에는 배고픔, 허기짐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뤘다면 독기가 없어진 노래도 많아졌다. '내가 이뤄냈다'고 플렉스 하는 노래도 있고 내용적으로 다양해졌다. 겪은 게 많고 바뀐 게 많다보니 내 얘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느낀 걸 가사로 쓰고 보니 일기장처럼 정리되는 느낌이 있었다. 예를 들어 스케줄이 바쁘다 집에왔을 때 외롭다고 다른 분들이 얘기할 때도 나는 몰랐는데 나도 그런 감정을 느꼈다. 친구들은 다 회사원이라 내가 새벽에 퇴근했을 땐 다들 자고 있었고 소속사도 처음엔 눈치를 많이 봤다. '쇼미9'에서는 나는 계속 나를 증명해야 하는 자리에서 첫 만남을 가졌고, 그루비룸도 나를 처음본데다 여자 동생은 처음이라 서로 조심스러웠다. 그러다보니 내 속마음이나 고민을 어디까지 털어놔야 할지도 몰랐고 그럴 때 느껴지는 외로움이 다시 나를 괴롭혔다. 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버리지 않을까, 지금 갖게된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부담이나 조급함도 나를 괴롭혔다. MBTI가 INFP라 잡생각이 많았나보다. 지금은 대화도 많이 하고 많이 친해졌다. 든든하다."

심적 고뇌와 싸우면서도 미란이는 음악을 통해 해답을 찾았다. 기쁨 성취감 등의 긍정적 감정은 물론, 고뇌 좌절 외로움 조급함 등의 부정적 감정까지 이번 앨범에 털어넣으며 '날 것' 그대로의 자신을 오픈하고 번아웃에서 벗어났다. '플렉스'를 외치면서도 아직 65인치 TV를 샀다거나, 이사할 때 목돈을 보증금을 넣을 수 있었다는 것, 먹고 싶은 음식을 배달비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토핑까지 추가해 주문할 수 있다는 데에서 행복을 찾는 귀여움은 여전하다. 이제 그의 목표는 더욱 다양한 음악으로 팬들과 소통해나가는 것.

"사실 코로나19가 심각했을 때 내가 잘 돼서 피부로 느끼며 공연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댓글이나 인터넷에서는 나를 좋아해주시는데 팬들이 어디계신지 일상에서는 못 느끼겠다. 평소 내가 꾸미지도 않고 작업실만 왔다갔다 해서 나를 잘 못알아보시기도 한다. 그래도 곡을 만들면서 성별에 대한 선입견을 스스로 없애고 미란이라는 아티스트로서 활동하다 보니 대중도 여성래퍼에 대한 선입견을 좀 벗게된 것 같아 뿌듯한 건 있다. 음악은 장점과 단점을 서로 알아가는, 애증의 관계다. 나를 힘들게도, 행복하게도 해준다. 이번 앨범 만족도는 70정도다. 항상 100은 안된다. 하지만 그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 것들을 만들 때 욕심이 난다. 내년에는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싶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