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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98억→올해는?' 손아섭의 달라진 위치, FA 장기전 될까 [SC초점]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4년간 총액 98억원. 계약 마지막 해 연봉은 5억원. 두번째 FA를 다분히 겨냥한 손아섭(롯데 자이언츠)의 계약 내용이다.

당시 손아섭은 리그 최상급 타자이자 팀의 간판이었다. 20홈런(팀내 3위)에 최다안타 1위(193개)라는 기록 외에도 전경기 출장, 타석수 루타 도루 득점 볼넷 타율 출루율 OPS 수비이닝 보살까지, 공수 거의 전 부문에 걸쳐 팀내 최고의 선수였다. 롯데 역사상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 토종 선수는 황재균(KT 위즈)과 손아섭 2명 뿐이다.

최형우 같은 거포가 아닌 손아섭이 받기엔 제법 큰 액수였다. 하지만 전 구단이 그를 탐냈고, 간판 타자를 놓칠 수 없었던 롯데는 가까스로 그를 끌어앉힐 수 있었다.

여전히 팀을 대표하는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손아섭은 거포가 아니다. 전성기에는 수비에서는 강한 어깨, 공격에서는 적지 않은 홈런과 많은 안타-볼넷, 그리고 도루로 만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손아섭의 홈런은 단 3개에 불과하다. 적어도 너무 적다. 도루도 팀내 1위이긴 하지만 11개에 그쳤다.

타점은 마차도와 동률인 58개(팀내 6위). 0.787의 OPS(출루율+장타율)는 팀내에서조차 전준우 안치홍 정훈 한동희 이대호에 밀려 6위에 불과하다. 마차도나 포수들(지시완 안중열) 정도를 제외하면 손아섭보다 OPS가 낮은 선수가 팀내에도 없었다. 타율 3할1푼9리(팀내 2위) 안타 173개(리그 4위)의 성과가 무색해질 지경. 수비에서도 순발력과 어깨가 약해지면서 약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시즌 마지막까지 타격왕 경쟁을 벌였던 지난해 같은 임팩트도 없었다. 시즌초 극심한 부진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전준우와 정 훈이 공수에서 해결사로 맹활약함에 따라 손아섭의 존재감이 더욱 약해진 분위기다. 전준우는 2019년말 4년 34억원에 계약했다. 정 훈은 올해 생애 첫 FA를 맞이한다. 경쟁은 치열하지만, C등급 FA과 낮은 가격의 특수성이 있다. 예상보다 금액이 높아진다 한들, 정 훈의 나이를 감안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은 나오기 어렵다는게 대략적인 예측.

손아섭은 전준우보다 단 2살, 정 훈보다 1살 어린 선수다. 정 훈과는 달리 보상금 외에도 25인 외 보상선수가 필요한 B등급 FA다.

손아섭은 협상에서도 까다로운 선수로 유명하다. "FA 계약은 비지니스"라고 힘주어 말하는 스타일. 시즌전 올해 연봉 5억원이 처음 공개됐을 때도 "이렇게 이슈가 될 일인지 의문이다. 옛날엔 등급제 같은 거 없어도 잘하는 선수는 좋은 대우 받았고, 내가 못하면 보상금이 없어도 안 데려간다"고 쿨하게 답한 바 있다.

내년은 롯데에겐 유의미한 성적이 필요한 한 해다. 4년간 가을야구를 못했다. 펜스가 높아지고 외야가 넓어지는 사직구장의 리모델링 역시 중거리타자인 손아섭에게 유리한 변화일 수 있다.

4년전 손아섭과 롯데의 계약은 11월 26일에 정식 발표됐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리그 진행이 늦어지면서 11월 25일에야 FA 명단이 공시된 상황. 계약이 쉽게 이뤄지진 않을 전망이다. 성민규 단장은 자신과 래리 서튼 감독의 계약 마지막 해임에도 불구하고 팀의 육성 기조에 발맞출 계획임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롯데와 손아섭 양측 모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손아섭은 올해도 '비지니스'에 성공할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