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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보다 7살 많은' 26년차 老코치, 17년째 '71번' 쓰는 이유 [인터뷰]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롯데(자이언츠) 오자마자 소주 한병 사들고 최동원 선배를 만나러 갔다. 롯데의 상징 아닌가. '선배님, 한번 도와주십쇼' 했지."

코치 생활만 26년. 래리 서튼 감독(51)보다도 7살 많다. 하지만 노(老)코치란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김평호 롯데 자이언츠 주루-외야 코치는 힘이 넘쳤다. "어이 좋다!", "던지는 방향에 맞춰서 받아! 3루 못가게 막아야지!", "늦어늦어! 네 어깨를 믿지 말고 (잡으면서)달려나갈 준비를 해!" 어린 외야수들에게 펑고와 함께 쉴새없이 소리를 치고, 직접 기마 자세를 취해가며 주자의 기본기를 가르치는 김 코치의 열정에 상동연습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김 코치는 현역 시절엔 해태 타이거즈와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뛰었다. 코치로는 1996년 OB(두산) 베어스를 시작으로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NC 다이노스, 국가대표팀, 그리고 롯데가 5번째 팀이다. 삼성(11년)과 두산(8년) 외에도 KBO리그 각 팀을 두루 경험하고 있다. 그는 "한번 와보고 싶었던 팀에 드디어 오게 됐다"며 미소지었다.

선수나 코치 모두 고 최동원과 함께 한 적은 없다. 다만 김인식 감독의 제자인 인연으로 최동원이 한화 2군 감독으로 있던 시절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다고. 마지막 만남은 2011년 군산상고-경남고의 레전드 리매치였다. 김 코치는 "선수로는 말할 것도 없고, 초창기 선수협을 만드려고 애썼던 모두의 리더 아닌가. 그 야구영웅이 너무 야윈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2018년 NC 1군 수석코치를 끝으로 현장을 떠나 방송 해설로 일하다 4시즌만의 복귀다. 김 코치는 "현장에 있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자체가 너무 기분좋다"며 크게 웃었다.

"선배나 코치들이 '내 방문 항상 열려있다. 언제든지 오라'고 해봐야 잘 안가게 된다. 난 내가 병맥주 사들고 직접 찾아간다. 데리고 나가서 삼겹살에 소주 먹이기도 하고. 선수의 부진은 기술적인 건 둘째 치고 보통 심리적인 문제다. 생활태도나 패턴을 바꿔본다거나, 멘털만 잘 잡아줘도 알아서 잘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자타공인 KBO 주루 전문가다. 정수근 김상수 박해민 등 그가 배출한 도루왕만도 여럿이다. 롯데는 라인업 전체가 느린 편이지만, 김 코치는 "도루는 심리적으로 지고 들어가지 않는게 가장 중요하다. 느린 선수도 10개 15개는 할 수 있다. 또 공에서 눈만 떨어지지 않으면 한 베이스 더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중견수의 수비 부담이 큰 팀이다. 내년에는 외야가 넓어지면서 더욱 심화될 전망. 하지만 '해민존'을 탄생시킨 김 코치는 "많이 연습하면 된다"고 단언했다. 롯데에선 장두성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어깨 강하면 물론 좋다. 하지만 잡는 자세만 좋아도 한베이스 더 갈 마음이 안 생긴다. 또 머리 위로 날아가는 타구를 돌아보지 않고 낙하지점까지 따라가는 거, 이건 연습으로 된다. 돌아보는 것과 안 돌아보는 것은 속도 차이가 엄청나다. 그 감각에 익숙해져야한다. 다들 박해민 얘기만 하는데, 최형우는 처음 삼성 주전할 때 뛸 수 있는 수비 위치가 아예 없었다. 내가 하도 괴롭혀서 나만 보면 피해다니곤 했다. 김헌곤 구자욱 다 마찬가지다. 고생한 만큼 야구 오래할 수 있다."

김평호 코치의 등번호는 71번이다. 2005년 이후 새 시즌까지 17시즌 연속이다. 팀을 옮겨도, 심지어 대표팀에서도 71번을 고수했다. 그 의미를 묻자 그는 피식 웃었다.

"행운의 7, 그리고 넘버1이다. 한국 야구가 들썩거리려면 롯데가 살아야한다. 무엇보다 팬들 열정이 최고거든, 응원도 신나고. 야구만 잘하면 된다. 내년에 사직동 경제 한번 살려봅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