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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닌데…' 김민우의 지독했던 도쿄 후유증, 이젠 탈출 눈앞?[SC초점]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꿈을 품고 나섰던 올림픽 무대는 눈물이었다. 만만치 않은 후유증까지 겹쳤다.

한화 이글스 토종 에이스 김민우(26)의 전반기 평균자책점은 3.89. 16경기 88이닝을 던져 9승5패를 수확하면서 생애 첫 태극마크의 영예를 안았다. 그런데 올림픽을 마치고 돌아와 던진 3경기에선 11⅓이닝에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은 7.15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후반기 3경기서 김민우의 이닝당 투구수는 21.4개로 전반기(17.4개)보다 높아졌다. 위력적인 슬라이더를 앞세워 빠르게 타자와 승부를 가져가던 전반기와 달리 제구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1.14였던 땅볼-뜬공 비율도 후반기엔 0.83으로 바뀌었다. 빠른 승부와 땅볼-삼진 유도로 대변되는 전반기의 감각을 잃은 느낌이다.

도쿄올림픽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미국과의 예선전에 불펜 등판해 멀티 이닝을 소화한 뒤 하루를 쉬고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 두 경기서 김민우는 무실점 투구를 하면서 대표팀 마운드에 힘을 보탰지만, 동메달결정전에서 난타당하면서 결국 피로의 여파가 나타났다. 복귀 후 재조정 기간을 거치는 게 가장 이상적이었지만, 라이언 카펜터와 닉 킹험 외엔 안정적인 선발 투수가 없는 한화 마운드 여건상 무리였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김민우가 중압감 속에 치른 도쿄올림픽 경험을 토대로 반등하길 바랐지만, 후반기 출발은 썩 좋지 않았다.

김민우는 29일 대전 NC전에서 4⅔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6회말 하주석의 역전 스리런포로 승부가 뒤집히면서 승리는 챙기지 못했지만, 앞선 두 경기서 4이닝을 넘기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던 모습과는 달랐다.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고, 제구 불안도 완벽하기 떨치진 못했으나 쉽게 무너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과감하게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는 전반기 당시의 투구 모습도 서서히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18일 삼성전 뒤 긴 휴식을 거친 게 약이 됐다. 휴식에 이은 NC전에서의 반등 가능성은 김민우가 전반기의 감각을 찾는데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도쿄에서의 아픔 뒤 찾아온 후반기 난조에도 김민우는 여전히 한화의 토종 에이스다. 그를 향한 수베로 감독과 선수단의 신뢰엔 변함이 없다. 8월 끝자락 반등 실마리를 잡은 김민우의 9월 행보가 주목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