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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전→우승' 8년전 기적 재현할까? 한일야구 교두보 꿈꾸는 교토국제고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전국제패'까지 앞으로 두 걸음. 교토국제고가 외국계 학교 역사상 첫 고시엔 출전에 우승까지 넘본다.

교토국제고는 26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이하 여름 고시엔) 본선 8강(3회전) 경기에서 후쿠이현 대표 쓰루가케히고에 3대2, 9회말 끝내기 역전승을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7회까지 0의 행진을 벌이던 두 팀중 쓰루가케히고가 먼저 칼을 뽑았다. 8회초 먼저 2점을 따내며 앞서갔다. 교토국제고도 8회말 1사 만루 찬스에서 어렵게 2점을 따내며 다시 저울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운명의 9회말. 선두타자가 안타로 출루했고, 착실하게 희생번트로 2루에 보냈다. 이어 마쓰시타의 끝내기 안타가 터졌다.

경기 후 고마키 노리쓰구 도쿄국제고 감독은 닛칸스포츠 등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여기까지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이 내 생각보다 더 믿음직했다"고 말했다. 주장 야마구치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선수들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8회말 1사 만루에서 나카가와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고, 4번타자 겸 에이스 모리시타의 내야땅볼 때 3루주자 다케다가 홈으로 뛰어들어 세이프됐다. 연습의 결과였다. 다케다와 모리시타는 "이런 상황에선 땅볼을 치기로 했다. 3루주자는 타자가 치는 순간 홈으로 뛰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쓰시타는 이날 자신의 3개째 안타를 끝내기로 장식했다. 고마키 감독은 "마지막 타자인 마쓰시타는 중요한 순간에 불타오르는 남자다. 뭔가 해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며 웃은 뒤 "우리가 여기까지 올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두가 (16강에서 탈락했던)봄 대회 한을 풀고 싶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친게 승리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고시엔 경기 직전에는 양 팀 모두, 끝난 뒤에는 승리팀만 교가가 연주된다. 연신 울려퍼지는 교토국제고의 교가는 한국어다. 고시엔에 출전하는 일본 소재 학교임에도 가사에 '동해'가 포함됐다. 고시엔에 출전한 교토국제고 야구부원 40명은 모두 일본인이지만, 이들은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한국어 가사를 거침없이 합창한다.

박경수 교토국제고 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재일동포와 세계 곳곳에서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학생들이 한일 양국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교토국제고는 재일동포를 위한 민족교육기관으로 설립된, 의미있는 학교다. 이미 1960년대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일본에서도 정규 교육과정으로 인정된다. 앞서 신성현 현도훈(두산 베어스) 황목치승(전 LG 트윈스)이 KBO리그에 진출한 바 있다.

1999년 야구부가 생긴 지 22년째. 교토국제고로선 뜻깊은 해다. 지난 봄 추계대회 성적을 기반으로 뽑는 봄 고시엔(선발 대회)에 첫 출전, 16강까지 올랐다. 당시엔 끝내기 패배에 울어야했다.

여름 고시엔은 4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도도부현) 49개팀(도쿄·홋카이도 각 2팀)이 참여하는 '진검 승부'다. 각 지역 대표간 격돌인 만큼 매 경기마다 뜨거운 응원이 뒤따른다. 출전 고교만 3603개에 달한다. 교토국제고는 교토 지역 예선을 뚫고, 본선 32강에서 마에바시이쿠에이고(1대0, 군마현), 16강에서 니쇼가쿠샤대학 부속고(6대4, 도쿄도)를 꺾은데 이어 8강에서 쓰루가케히고(후쿠이현)마저 격파하며 준결승에 이름을 올렸다.

본선 첫 상대였던 마에바시이쿠에이고는 8년전인 2013년, 여름 고시엔 첫 출전에 우승을 거머쥔 강호다. 교토국제고가 그 기운을 받았다면, 8년만에 '첫 출전에 우승'이란 신화를 노려볼만하다.

교토국제고는 오는 28일 시립가쿠엔고교(나라현)와 준결승을 치른다. 승리할 경우 시립와카야마고(와카야마현)-고베국제대학 부속고(효고현)의 승자와 29일 결승전을 치른다. 스포츠호치 등 현지 매체들도 일제히 교토국제고의 선전을 비중있게 다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