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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돌아 첫 선발승…'엄마, 나 해냈어'[창원 인터뷰]

[창원=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두산 베어스의 곽 빈(22)이 길었던 재활의 결실을 마침내 품었다.

곽 빈은 지난 24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데뷔 첫 선발승을 거뒀다. 고교시절부터 150km의 빠른 공을 던지며 청소년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던 그는 2018년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했다. 첫 해 구원투수로만 32경기를 진 그는3승(4패) 1세이브 4홀드를 기록하는 등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그해 10월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최대 1년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재활은 순탄치 않았다. 던질만 하면 통증이 생겼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길었던 재활의 터널은 올해 마침내 끝이 보였다. 5월 1일 SSG 랜더스전에서 선발투수로 기회를 받은 그는 4⅓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약 3년 만의 1군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러나 1군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선발로 기회를 받았지만 경기마다 볼넷에 고전하며 4~5회를 넘기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은 "공 자체는 좋다"라며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하는 곽 빈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치곤 했다.

손톱 부상 등으로 경기에 빠지기도 했던 그는 후반기 다시 선발 역할을 소화했다. 첫 출발은 썩 좋지 않았다. 두 경기에서 각각 3⅔이닝 5실점(3자책), 4이닝 6실점을 하면서 무너졌다.

답답한 시간이 이어지는 듯 했지만, 24일 타자들이 3회까지 9점을 지원하며 곽 빈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타자들의 화끈한 지원을 받은 곽 빈은 마침내 첫 선발승과 입맞춤했다.

어렵게 닿은 첫 선발승. 곽 빈이 걸어왔던 힘겨운 재활길을 아는 이들은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했다. 곽 빈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축하와 격려를 받았다. 경기 끝나고 마산으로 오는데 도착할 ‹š까지 연락이 와서 정신이 없었다"고 웃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그동안 고생한 것은 오늘로 다 잊어라"라는 한 팬의 이야기. 곽 빈은 "긴 재활을 통해서 힘들었던 과정을 이겨내는 등 오래 걸렸지만,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 나 자신에게도 고맙다. 또 기다려준 팬들에게도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계속된 부진은 곽 빈을 위축되게 했다. 그는 "2군에서는 성적이 좋다보니 1군에서도 좋겠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점점 좋아지지 않았다. 선발승을 생각하기보다는 이닝이라도 최대한 많이 채워서 다음 투수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아울러 그는 "전반기 때에는 긴장도 많이 했고, 첫 아웃카운트 잡을 때까지 후들거리기도 했다. 또 전에는 '볼을 던지면 어쩌나'라고 걱정도 많았다"라며 "어제는 호흡만 의식하고 던졌던 거 같다. 이제 긴장도 많이 줄고, 많이 편해진 거 같다"고 밝혔다.

김태형 감독도 곽 빈의 첫 선발승을 반겼다. 김태형 감독은 "그동안 마운드에서 자기 공을 던지지 못해서 많이 답답했을 것"이라며 "1승도 했고, 팀에 좋은 선발 투수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무엇보다 경기 내용에 흡족한 마음을 보였다. 김 감독은 "후반기에도 점수는 줬지만, 공 자체는 많이 좋았다. 볼넷없이 경기를 운영하는 것들은 조금 더 해야하지만, 자신있게 공을 던졌다. 그 부분이 굉장히 본인에게는 많은 도움이 된 거 같다"라며 "이번 계기로 본인의 루틴도 생기고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이날 피칭에는 '신무기'도 있었다. 최근 곽 빈은 정재훈 투수코치로부터 포크볼을 전수받았다. 정재훈 코치는 현역시절 포크볼을 잘 구사하는 투수였다. 곽 빈은 "실전에서는 이번에 처음 던졌다. 아직은 100%로 내 공이 아닌 거 같다. 그래도 포수 (장)승현이 형이 직구처럼 나와서 타자들이 스윙한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선배들도 조언도 있었다. 1년 먼저 1차지명으로 들어와 지난해 첫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최원준은 곽 빈의 룸메이트이자, 곽 빈과 비슷한 길을 걸었던 선수다. 최원준 역시 재활을 거쳤고, 지난해 대체선발에서 시작해 자리를 잡은 경우다. 곽 빈은 "선발로 나간다고 들었을 때 (최)원준이 형이 남들처럼 6~7이닝 던지지 말고 1이닝을 최선을 다해 던지고 네가 가지고 있는 구종을 다 활용해서 최대한 막는다고 생각하라고 조언을 해주셨다"고 고마워했다.

첫 선발승에 들뜰 법도 했지만, 곽 빈은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 어제 경기로 인해 배운 것도 많다. 카운트 싸움이나 초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았다. 또 변화구를 던져야 하는 타이밍에 대해서도 알 거 같았다"라며 "올해는 내년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겠다. 멘털적으로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향한 각별한 마음도 전했다. 곽 빈은 첫 승 후 인터뷰는 물론 자신의 SNS에 첫 승에 대한 소감과 함께 어머니를 향한 고마움을 남겼다. 곽 빈은 "어머니가 많이 도와주셨다. 그동안 '엄마 나 해냈어'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드디어 말씀드렸다"라며 "첫 승 거두고 인터뷰를 할 때도 울컥했는데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경기를 마친 뒤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어머니도 눈물이 나온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미소를 지었다.창원=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