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구는 인싸들만 한다던데요. 영광이죠."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남자가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 섰다. 도쿄올림픽 근대5종 동메달리스트 전웅태(26·광주시청)는 26일 롯데-KIA전에 시구를 했다. 시구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했다. 술술 막힘없는 말솜씨에 근대5종이라는 종목에 대한 자부심,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바라보는 겸손함,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각오까지. 열정 시구에 야구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전웅태는 도쿄올림픽 남자 근대5종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대한민국 근대 5종 역사를 새로 썼다. 펜싱 육상 사격 수영 승마 등 주요종목을 모두 수행하는 근대5종은 전천후 스포츠맨 대명사다.
시구자로 섭외되자 떨렸다고 했다. 유명인들만 하는 것 아니냐고. 전웅태는 "너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얼떨떨한 상황이다. 하지만 감독님이 '지금 물 들어올때 열심히 노 저어라'고 하셨다. 불러주시면 프로축구 시축도 가능하다"며 웃었다.
시구를 앞두고 걱정도 있었다. 어깨 통증도 있고, 실제로 공을 던져보니 짧은 구간을 빠르게 던지기 힘들었다. 공으로 하는 스포츠에는 자신이 없다고 했다. 시구전 KIA 정해영으로부터 지도를 받았다. 시구는 우려와는 달리 무사히 치러냈다.
전웅태는 "야구장은 어릴 때 와보고 처음 왔는데. 진짜 컸다. 관중도 많고. 하지만 올림픽 메달리스트인데 (중압감을)못 이겨내겠는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전웅태는 "KIA 타이거즈의 선전을 기원하고 응원하려 왔다. 광주 소속이다. 당연히 KIA팬"이라고 했다.
전웅태는 "근대 5종을 많이 알릴 수 있어 행복하다. 나혼자 한 것이 아니다. 우리 대한민국 근대 5종팀이 합심해서 만든 결과다. 정진화형이 같이 메달을 땄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올림픽은 정말 대단한 무대였다. 예상못한 선수들이 툭툭 튀어나온다"고 했다.
후배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우리 선배들, 그리고 우리들은 근대5종 선수로 활약하며 어떻게 하면 근대5종을 알릴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잘해야한다는 생각과 종목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같이 했다. 우리 후배들은 종목을 알리는 것은 잊어버리고 열심히 잘 하는 것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이번 올림픽으로 작은 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
광주=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