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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선수 실려나갈 만큼 거칠었던 빅 매치, 냉정함 유지한 전북이 승리했다

[전주=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는 이기는 법을 알았다.

25일,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대결이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

킥오프 전. 두 팀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팬들은 이날 경기를 두고 '송민규 더비'라고 불렀다. 이유가 있다. 전북은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송민규를 품에 안았다. 전북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고 송민규를 영입했다. 이적료 20억원(추정) 안팎을 썼다는게 업계 정설. 포항은 '업어 키운' 송민규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포항은 팀의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 팀 전력 약화와 팬들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송민규를 떠나보냈다.

여름내 뜨거운 이슈였던 송민규. 그가 전북의 유니폼을 입고 '친정팀' 포항과 격돌했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송민규를 선발로 내세웠다. 이 밖에 일류첸코, 김승대 최영준 등 포항에 몸담았던 선수 4명을 베스트 라인업에 올렸다. 김 감독은 "송민규는 부담감도 떨쳐낼 수 있는 큰 선수가 되려면 (포항전 출전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승대는 포백 뒷공간 침투를 생각해 넣었다. 김승대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못했다. 포항전을 계기로 터닝포인트가 되길 바란다. 포항이 포항을 상대하는 것처럼 됐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는 김기동 포항 감독은 "(상대가) 우리를 잘 아는 선수들로 꾸린 것 같다. 나도 그 선수들을 잘 안다. 잘 대처하겠다. 서로가 잘 안다. 조금 더 편하지 않을까 싶다. (포항 출신 선수들은) 일부러 만나지 않았다. 인터뷰실 들어오다 김승대를 잠깐 봤다. 최영준이 인사하러 왔다. 일단 두 명만 봤다"고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경기 시작. 그라운드 위 거친 몸싸움이 펼쳐졌다. 두 팀은 크고 작은 몸싸움을 벌였다. 아찔한 장면이 번번이 연출됐다. 특히 전반 막판 일류첸코가 발목 부상을 입었다. 스태프에 업혀 나갈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이후에도 전북은 송민규, 구스타보 등이 거친 몸싸움에 쓰러졌다. 다소 흥분할 수 있는 상황. 관중석에서 한탄이 들려올 정도였다. 하지만 전북은 냉정했다.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가던 전북. 기회를 잡았다. 후반 4분. 전북은 상대의 패스 실수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했다. 최영준이 올린 크로스를 구스타보가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 넣었다. 리드를 잡은 전북은 굳히기에 돌입했다. 문선민 대신 한교원을 투입해 변화를 줬다. 교체카드는 이번에도 적중했다. 후반 24분. 한교원은 포항 그랜트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구스타보가 침착하게 성공하며 2-0 점수 차를 벌렸다. 마음 급한 포항은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포항은 거친 태클로 연거푸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전북은 냉정했다. 그리고 단단했다. 전북이 마지막까지 포항의 공세를 막아내며 '빅 매치'를 2대0 승리로 장식했다.

전주=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