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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엔에 울려퍼진 '동해바다'…日여름 강타한 교토국제고, 첫 8강 진출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가 일본 고교야구에 뜨거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봄-여름 고시엔 연속 출전만으로도 주목받을 만 한데, 봄대회 16강에 이어 이번엔 8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교토국제고는 24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이하 고시엔) 16강(2회전) 경기에서 도쿄도 대표 니쇼가쿠샤대학 부속고를 연장 접전 끝에 6대4로 격파, 준준결승에 안착했다.

홈런으로만 4점을 뽑으며 4-1로 앞서가던 교토국제고는 9회말 3점 홈런을 허용해 연장에 돌입했다. 연장 10회초 상대 실책과 적시타를 묶어 결승점을 따냈다. 에이스 모리시타 류다이는 이번 대회 본선 2경기 모두 완투승을 거뒀다. 10회초 결승타를 때린 선수도 모리시타다.

고시엔은 넓은 의미에서 봄 선발(센바츠, 마이니치신문 주최)과 여름 고시엔(아사히신문 주최)으로 나뉜다. 봄 대회는 추계대회 우수고교 32개팀이 '선발'돼 토너먼트를 벌인다. 반면 여름 대회는 4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도도부현) 지역 예선 토너먼트를 뚫고 올라온 49개팀(도쿄, 홋카이도 2개팀)이 모여 다시 녹아웃 토너먼트로 승부를 겨룬다.

그래서 흔히 '고시엔'이라고 하면 여름 대회를 가리킨다. 말 그대로 고교야구의 정점, 전국제패인 만큼 무게감이 다르다. 일본 미디어에 등장하는 고시엔의 장면들이 대부분 뜨거운 태양 아래 펼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의 여름을 상징하는 국민적 축제다.

속한 지역의 크기(학교의 수)나 본선 시드 여부에 따라 10~14번의 벼랑끝 진검승부에서 잇따라 승리해야 우승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다. '여름'인 만큼 입시를 앞둔 3학년들에겐 마지막 고교 무대이기도 하다. 올해 여름 고시엔에는 총 3603개 학교가 출전했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조선중학교로 시작됐다. 1963년 중고교 병설체제로 전환됐고, 야구부는 1999년에 창단됐다. 전교생은 131명(일본인 93명, 재일교포 37명) 뿐인 미니 학교다. 이 학교 출신 KBO리그 선수로는 신성현(두산 베어스), 황목치승(전 LG 트윈스)이 있다.

3월 외국계 고교로는 사상 처음으로 봄 고시엔에 진출했다. 1차전 승리 후, 도카이다이스가오고와 맞붙은 16강(2차전)에서 9회말 끝내기 역전패의 아픔을 겪었다. 이를 발판삼아 역시 첫 출전이었던 여름 고시엔에서는 최후의 8팀으로 남은 것.

고시엔 본선은 매경기 시작전 양팀의 교가를, 끝난 뒤엔 승리팀의 교가만 부른다. "동해 바다 건너서"로 시작되는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봄에 이어 여름에도 NHK를 통해 일본 전국에 생중계되고 있다. 모리시타를 비롯한 야구부원 40명은 모두 일본인이지만, 목청껏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다.

교토국제고는 날씨의 변수가 없다면, 오는 26일 오전 8시 쓰루가케히고와 4강 진출을 두고 맞붙는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