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두차례 팔꿈치 수술→5전전패' 1180일 만의 승리와 9K,드디어 깨어난 파이어볼러[잠실히어로]

[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비로 취소된 지난 23일 잠실 한화전.

두산 김태형 감독은 다음날 선발을 묻는 질문에 "아직 안 정했다. 그대로 가도 되겠냐"고 되물었다.

선발 곽 반에 대한 농담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곽 빈은 올 시즌 9경기 5전 전패 중이었다.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될듯 될듯 한 고비를 넘지 못했다.

두산은 여유가 없는 상황. 최근 2연패에 10경기 3승1무6패로 7위로 처져 있었다.

하지만 결국 24일 선발은 그대로 곽 빈이었다. 이날 경기에 앞서 김 감독은 "(최)원준이나 용병 투수로 바꾸려고 했었다. 그런데 4일턴으로 당기면 무리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며 곽 빈 유지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 선 두 경기는 점수를 줬지만 경기운영 측면의 문제였다. 공 자체가 좋아졌다"며 무언가 일을 낼 것임을 암시했다. 이 말은 예언 처럼 딱 들어맞았다.

꿈틀꿈틀 하던 파이어볼러. 드디어 터졌다.

최고 150㎞의 강력한 패스트볼과 커터, 포크, 낙차 큰 커브를 섞어 한화 타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5회 1사까지 노히트노런 행진. 3,4회는 6타자 연속 삼진을 솎아냈다. 3회 장운호 노태형 조한민은 곽 빈의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4회 정은원 최재훈 하주석은 변화구로 연속 삼진을 잡아냈다.

타선도 일찌감치 터지며 곽 빈의 시즌 첫 승을 보증했다.

9-0으로 앞선 5회초 1사 후 페레즈에게 좌중월 솔로포로 첫 실점을 했다. 이날 내준 첫 안타가 피홈런이었다. 승리투수를 목전에 두고 살짝 흔들렸다. 최인호 안타와 장운호 볼넷에 이어 노태형에게 적시 2루타를 허용했다. 연속 4출루. 하지만 이어진 1사 2,3루에서 조한민을 커브로 루킹 삼진 처리한 뒤 동기생 정은원을 땅볼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배명고 시절 팔꿈치 수술을 했던 곽 빈은 153㎞의 광속구를 선보이며 2018년 1차 지명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에이스로의 성장에 대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첫 시즌을 보낸 뒤 그해 가을 또 다시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이 여파로 2년을 고스란히 흘려보냈다.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한 올시즌. 강력한 구위에도 좀처럼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도 "승리하고 싶겠죠.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에"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5이닝 3안타 2볼넷으로 2실점 한 곽 빈은 팀의 11대8 승리를 이끌며 올시즌 10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다.

각종 기록이 쏟아졌다. 프로데뷔 후 첫 선발승. 지난 2018년 6월1일 광주 KIA전 이후 1180일 만에 거둔 감회 어린 통산 4승째였다.

9개의 탈삼진은 데뷔 후 최다기록이다. 종전 최다 탈삼진은 지난 5월1일 잠실 SSG전에 기록한 6K였다.

고비를 멋지게 넘고 성취한 소중한 승리. 이영하와 함께 두산 선발진의 미래를 이끌어 가야할 우완 파이어볼러가 눈을 뜬 역사적인 날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