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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리그의 축적된 힘'...우리는 언제 500홈런을 볼까[SC진단]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거포 미구엘 카브레라가 23일(이하 한국시각)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개인통산 500홈런을 때리자 메이저리그가 모처럼 대기록 달성에 축제 분위기다. 현역 최다 홈런의 주인공인 LA 다저스 앨버트 푸홀스(677개)와 700홈런을 달성하지 못하고 불명예 은퇴한 알렉스 로드리게스(696개)도 이날 SNS 영상을 통해 "500홈런 클럽에 가입한 걸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카브레라는 메이저리그 역대 28번째 500홈런 클럽 회원이 됐다. 2015년 데이빗 오티스 이후 6년 만에 500홈런 타자가 탄생했으니, 팬들도 모처럼 기록 달성에 흥분하고 있다. 이날 토론토의 홈 로저스센터에 입장한 1만4685명의 팬들은 비록 상대팀 선수지만, 500홈런이 터지자 기립박수를 보냈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던 카브레라는 다시 나와 헬멧을 벗고 고개를 90도로 숙여 커튼 콜에 답했다. 토론토 구단은 전광판에 '카브레라 통산 500홈런' 문구를 띄우며 축하 행렬에 동참했다. 아무리 역사가 깊은 메이저리그지만 500홈런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건 대단한 행운이다.

우리도 이런 장면을 현장에서 목격할 날이 올까. KBO리그에서는 통산 400홈런이 그 두 번째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다. SSG 랜더스 최 정이 9.9부 능선에 와 있다. 최 정은 지난 19일 NC 다이노스와의 인천 홈경기에서 2개의 아치를 그리며 시즌 22호, 통산 390호 홈런을 기록했다. SSG가 22일까지 89경기를 치러 최 정은 남은 55경기에서 10홈런을 보태면 대망의 400홈런 고지에 오른다.

올해가 아니라도 내년 시즌 초반이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기록이다. 최 정은 1987년생으로 올해 34세다. 2019년 SSG와 6년 계약을 해 37세가 되는 2024년까지 현역을 유지할 수 있다. 체력과 기량에 따라 몇 년 더 연장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400홈런이 그의 최종 목표가 될 수는 없다.

KBO리그 첫 500홈런이 불가능한 수치로 여겨지지 않는다. 일단 올해 400홈런을 채운다면 100개를 더 쳐야 하는데, 20~30홈런을 꾸준히 날리는 그의 페이스를 감안하면 최소 3년, 최대 5년 후면 역사적인 장면을 볼 수 있다. 최 정은 생애 첫 홈런왕에 오른 2016년 이후 올해까지 6년 연속 20개 이상의 대포를 쏘아올렸다.

만약 최 정이 500홈런을 채우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는다면 그 난공불락의 고지를 적어도 10년 동안 더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 현역 통산 홈런 2~4위에 올라있는 이대호(344개) 최형우(338개) 박병호(319개)는 최 정보다 2~5살이 많다.

KBO리그 400홈런 클럽 개설자는 이승엽이다. 그는 2015년 KBO리그 첫 400홈런 금자탑을 세운 뒤 2017년 통산 467번째 홈런을 치고 은퇴했다. 천하의 이승엽도 500홈런까지는 가지 못했다. 못 간 게 아니라 안 간 것이 맞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간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었다. 이 기간 159홈런을 쳤다. 한일 통산 홈런수는 626개다. 개인적으론 프로 무대에서 500홈런과 600홈런 이정표를 모두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KBO리그가 '기념할' 기록은 아니다.

KBO리그는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 비해 통산 기록에 대한 의미 부여에 다소 인색하다. 역사가 짧기 때문이지만, '시간 지나면 다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일부러 폄하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최 정이 세계 최다 기록(288개)이라고 구단이 자랑한 사구를 조심하고 500홈런을 정복할 날이 오기를 바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