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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위협 느끼며 산다' 아프가니스탄의 비극, 스포츠계로 일파만파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목숨의 위험을 느끼며 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비극. 더 이상 정치, 종교의 얘기가 아니다. 인권, 더 나아가 스포츠계 전반으로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다. 지난 5월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 본격화한 것을 계기로 전국적인 총공세를 펼쳤다. 탈레반은 20년 만에 세력을 회복했다. 후폭풍이 거세다. 탈레반은 시위대를 향해 연속으로 총격, 곳곳에서 사망자가 속출했다.

칼리다 포팔 아프간 여자 축구대표팀 전 주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서 메시지를 받는다. 그들은 겁에 질려있다.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여성과 소녀들에게 용감해지라고 해왔다. 이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을 없애고 목소리를 내지 말라고 하고 있다. 여성의 인권을 위해 앞장서 왔던 선수들이 지금은 목숨의 위험을 느끼며 살고 있다. 고통스러운 일이다. 신분이 노출된 여성들을 보호하는 데 힘을 실어달라.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탈레반은 과거 집권 당시(1996∼2001년) 이슬람의 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특히 여성의 사회활동, 외출, 교육 등에도 제약을 가했다. 여성들은 남성 보호자의 동행 없이는 외출이나 출근도 하지 못했다. 여성의 인권은 폭력으로 탄압됐던 악몽이 있다.

장애인 태권도 선수 자키아 쿠다다디도 전 세계를 향해 읍소했다. 그는 도쿄패럴림픽을 통해 아프간 사상 첫 여성 패럴림픽 선수가 될 참이었다. 하지만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이후 탈출 인파에 공항이 마비되면서 출국하지 못했다. 쿠다다디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아프간의 여성으로서, 여성 대표로서 도움을 청한다. 내 손을 잡고 도와달라"고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다. 도쿄패럴림픽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아프간 축구대표팀 선수 중 한 명은 카불 탈출을 위해 미군 수송기 외부에 올랐다가 추락사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여러 정부에 '아프간에서 여자 축구 선수들을 탈출시켜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축구 선수 권리 보호 단체인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역시 각국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