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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우러러 보던 황정민 선배님과 함께'…'인질' 류경수, 14년차 신예의 무서운 내공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데뷔 14년차 신예' 류경수(27). 그가 그동안 쌓아왔던 내공을 '인질'을 통해 제대로 터뜨렸다.

어느 날 새벽,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납치된 배우 황정민의 고군분투 탈출기를 그린 리얼리티 액션스릴러 영화 '인질'(필감성 감독, ㈜외유내강 제작). 극중 일질범 조직의 2인자 염동훈 역을 맡은 류경수가 20일 오전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2019년 개봉해 호평을 이끌었던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서 서대무형무소 헌병보조원 니시다 역을 맡아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류경수. 지난해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와 '도시남녀의 사랑법' 등에서 활약하며 연이어 대중에게 자신을 제대로 알린 그가 영화 '인질'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드러낸다.

'인질'에서 류경수가 연기하는 인물은 오직 돈을 위해 톱배우 황정민을 납치사건에 가담하는 인질범 조직의 2인자 염동훈. 날카롭고 불 같은 성격으로 리더 최기완(김재범)의 오른팔 역할을 톡톡히 하는 듯 보이지만, 최기완의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목격하고, 그에게 반항하며 조직의 미세한 균열을 만들어 낸다. 조직원 중 가장 거칠어 보이지만,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한없이 약해지는염동훈은 조직원 중 가장 입체적이고 다면적인 인물로, 류경수의 뛰어난 연기로 인해 더욱 빛을 발하는 캐릭터다.개봉 첫날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이틀째 '싱크홀' '모가디슈' 등 쟁쟁한 경쟁작을 꺾고 기분 좋게 스타트를 끊은 '인질'. 류경수는 "정말 감사하다. 지금 시국에 영화를 봐주시는 분들은 정말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봐주시는 것 같아서 더 감사하다"며 기분좋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질'을 향한 관객들에 호평들에 대해서도 "황정민 선배님과 함께 하다보니까 (비교가 될까봐) 어떤 평들이 있을지 걱정도 됐다. 그런데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노력이 헛되진 않았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1000:1의 엄청난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류경수는 "오디션을 보기 전에도 주변에 많은 배우들이 이미 '인질' 오디션을 많이 보신 것 같더라. 그런데 저는 오디션을 볼 때 주변에 이야기를 안했다. 오디션 보기 전에도 많은 분들이 기대하셨던 작품인데, 큰 기대를 하진 않고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오디션을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와 잘 됐다'라는 생각 보다는 부담이 더 컸다. 계속 황정민 선배님과 붙어서 뭘 만들어 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크더라. 하지만 곧 그러한 부담이 어떻게 하면 더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바뀌었다. 영화 처음 볼 때는 사실 떨려서 잘 못봤다. 이후 한 번 더 혼자 극장에 가서 봤는데 그제서야 제대로 보게 됐다. 시원한 영화인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영화 개봉 직전까지 영화의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주인공 황정민을 제외하고 일질범 조직원, 황정민과 납치된 소연(이유미) 등 신예 배우로 구성된 출연 배우들의 존재와 캐스팅 라인업을 철저히 숨겼던 '인질'. 출연 사실을 철저하게 숨겨진 것에 대해 서운한 마음이 들진 않았냐고 묻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했다"라며 "아쉬운 부분은 우리끼리 찍은 재미있게 찍은 사진 같은 걸 인스타그램이나 SNS에 올리지 못하는게 아쉬웠다. 그런데 이제는 올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며 웃었다.

극중 일질범의 조직원이면서도 조직의 리더인 최기완과 대립각을 세우는 염동훈이라는 인물에 대해 류경수는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염동훈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염동훈은 굉장히 불 같은 느낌이데 조직의 리더 최기완은 차가운 느낌이다. 하지만 염동훈은 마냥 불 같다기 보다는, 드라이아이스를 만졌을 때 함께 느껴지는 뜨거움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파악했다. 마냥 뜨겁다기 보다 어느 순간 굉장히 차가워진다.반대로 최기완은 평소 굉장히 차갑다가 갑자기 뜨거워지기도 하는데, 그런 면에서 최기완과 염동훈의 균형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기완을 연기한 김재범을 비롯한 인질범 조직원을 연기한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 묻자 "지방에서 촬영하고 계속 함께 있다보니까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라며 "사실 재범이형 같은 경우는 제가 대학교 들어가서 한참 공연을 보러 다닐 때, 그 때부터 굉장히 유명했다. 재범이 형 같은 경우는 이번 촬영을 계기로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더 좋아졌다. 사람으로서도 존경할 만한 형이다. 그래서 형이랑 나중에 공연을 꼭 같이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극중 대선배인 황정민을 폭행하는 장면이 많아서 황정민을 때리는 신이 하나도 없는 김재범이 부러웠다는 류경수는 "아, 그 부분에서는 재범이 형이 너무 부러웠다. 선배님을 때리는 신을 찍을 때 마다 재범이 형이 생각났다. 그런데 황정민 선배님은 때리는 신 같은 걸 찍을 때 더 제대로 하길 바라셨다. 리얼리티가 중요한 영화니까 제대로 하길 바라셨다. 그래서 마음은 불편했지만 더 과감하게 하게 됐다"고 전했다.류경수는 함께 호흡을 맞춘 선배 황정민에 대해 존경심과 믿음을 드러냈다. "황정민 선배님은 제가 어릴 때, 연기를 배울 때부터 우러러 봤던 선배님 중 한 명이다. 선배님을 보면서 '내가 저런 배우와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런 날이 왔다"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황정민 선배님 만나고 바뀌게 된 게 좀 많다"는 그는 "두 번 고민할 걸 세 번 고민하고 다섯번 고민할 걸 여덟번 고민하게 됐다. 계속 고민하게 되면 더 나은 것, 더 새로운 것이 나오더라. 그걸 선배님을 보고 배웠다. 하루는 촬영 끝나고 선배님과 술을 마셨는데, '오늘 좋았어'라며 '그렇게 고민하면 더 좋은게 나온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에 연기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후배 배우들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며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했다는 황정민. 이에 대해 류경수는 "정말 신기했다.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대배우인데 저와 함께 장난도 치고 볼링도 친다는게 신기했다. 선배님이 사주셔서 어복쟁반도 처음 먹어봤다.(웃음) 선배님이 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게 먹다가도 쌈을 싸주신다. 남자가 싸주는 쌈은 처음 먹어봤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현장에서는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말도 안된다'라는 느낌을 가장 많이 받았다. 특히 산에서 추격신 촬영을 할때 그랬다. 저는 20대이고, 선배님은 50대인데, 산에서 막 뛰시고 제가 막 잡아야 하는데도 도저히 '안되겠다' 싶더라. 진짜 선밴딤은 거의 날라다니는 느낌이었다. 계속 뛰어도 숨찬 느낌이 전혀 없으시더라. 체력적으로 준비가 철저하게 되셨구나 싶더라. 내가 선배님 나이가 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었다"고 말했다.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부터 '인질'. 그리고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까지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류경수. 그는 최근 빛나는 행보와 호평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다. 예전에 영화사에 프로필을 내도 아무도 관심을 안가져주시고 안불러주실 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제 연기를 좋게 봐주신다는게 정말 감사하고, 더 잘해야 겠다는 마음이 계속 커진다. 적어도 촬영하는 동안에는 오직 이 인물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내가 더 잘해 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7년 데뷔 이후 벌써 데뷔 14년차. 아직도 '신예' 타이틀을 붙는 것에 대해 섭섭한 마음이 없냐는 질문에 류경수는 "오히려 전 저에게 생각보다 빨리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악담인지 조언인지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너는 오래 걸릴 거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기회가 빨리 찾아온 느낌이다"고 답했다.배우로서의 자신의 장점에 대해 묻자 그는 "일부러, 억지로 다름을 위해 다르게 연기 하려고 하지 않는다. 변화를 많이 추구하는 편이긴 하지만, 새로운 모습을 신선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고민을 많이 한다. 저는 아직도 제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겨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저는 '인질' 이후로 제가 더 많이 성장한 것 같다. '드래곤볼'을 보면 싸이어인이 죽을 위기을 넘으면 전투력이 올라가는데, 저도 좀 그런 편인 것 같다. 어떤 위기를 겪고 나면, 저에게 큰 숙제였던 현장을 겪고 나면 성장하는 것 같다. 그것이 저만의 강점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질'은 영국 에딘버러 영화제, 브라질 상파울로 영화제, 스웨덴 스톡홀름 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 단편 'Room 211'(200), 부천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미쟝센단편영화제 등에 초청된 '어떤 약속'(2011)을 연출한 필감성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극장 상영중.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