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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중국서도 매직 쓴 김종부 감독 '구단주가 '3년만 일찍 만났더라면' 하더라'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회장님이 3년만 일찍 만났으면 하시더라고요."

김종부 허베이FC 감독이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은 중국 입성 첫 시즌, '사고'를 쳤다. 김 감독이 이끄는 허베이는 15일 끝난 중국슈퍼리그 그룹B에서 승점 23으로 4위에 오르며, 파이널A에 해당하는 챔피언십 스테이지 진출을 확정지었다. 기적과 같은 결과다. 허베이는 시즌 초 선수들의 임금도 주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렸다. 주축 선수들은 모두 팔려나갔다. 어린 선수들로 새 판을 짜야 했다. 구단에서도 김 감독에게 "강등만 면해달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김종부 매직'은 강력했다. 기적 같은 행보를 이어가며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다. 쾌거를 달성한 김 감독은 전화인터뷰에서 "여러모로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주위에서 더 난리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축배를 들기는 이르지만, 구단 고위층, 시 관계자 등 모두가 좋아해주시니 기쁘다"고 웃었다.

출발은 쉽지 않았다. 김 감독은 "작년에 처음 지휘봉을 잡았을 때 대충 팀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 일줄은 몰랐다. 좋은 선수들은 다 팔았고, 급여도 밀려 있더라. 뒤늦게 알았다. 선수들은 훈련을 못하겠다고 하고, 한달씩 안나오는 선수들도 있었다"고 했다. 재정은 갈수록 어려워졌고, 결국 경남FC 시절부터 애제자였던 '에이스' 말컹까지 정리해야 했다. 김 감독은 "말컹도 내가 와서 참 좋아했다. 잘 아는 선수인 만큼 말컹 위주로 전술을 짰다. 경남 때만큼 몸이 좋지는 않았지만, 좋아지고 있었다. 시즌 중 그런 선수가 나갔으니 막막하기도 했다"고 했다.

김 감독의 승부수는 '젊은 피'였다. 23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을 중용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허베이는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값비싼 외국인 선수들로 무장한 상위권팀들을 압도했다. 중국 축구계는 발칵 뒤집혔다. 중국에선 '김 감독의 성공을 배워야 한다'는 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김 감독은 "중국이 비싼 외국인 선수들만 가지고 하다가, 어린 선수들로 좋은 축구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중국축구협회에서 나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도 하고, 실제 허베이 경기를 보려고 협회 높은 분들이 자주 오기도 했다"고 했다.

육성의 비결은 '소통'이었다. 김 감독은 "길을 열어주니까 오히려 더 큰 힘이 나오더라. 비싸게 데려온 외국인 명장들은 화려한 것만 주입했다. 정작 마음을 열지 못했다. 프로답게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축구적으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줬다. 중국 축구가 그간 투자에 비해 아쉬웠던 것이, 내가 느끼기에는 표현하는게 약하더라. 개인적이라고 하는데, 정작 축구에서 창의적인 선택을 할 때는 주저하는 모습이 보였다. 한번 길을 열어주니 더 활동적이고, 더 활발해지더라"고 했다.

김 감독은 허베이의 영웅이 됐다. 김 감독은 "놀랐다. 열기가 대단하다. 사실 많이 한 것도 없는데, 너무 띄워주니까 얼떨떨하다. 빌드업 조금 했는데 엄청 좋아졌다고 하니까. 아무래도 외국인 선수로만 가지고 했던 축구가, 중국 어린 선수들로 잘 돌아가니 그 부분을 신기해 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경기장에서의 모습과 달리, 첫 외국생활은 아직도 쉽지 않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격리만 하고, 검사만 열심히 했다. 이런 생활에 적응은 됐지만 아직 힘들다. 좋아하는 음악 듣고, 유튜브로 옛날 음악 영상 보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같은 활약으로 빅클럽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다음 준비로 머리가 복잡하다. 아직 팀이 불안정하다. 여기서 일단 마무리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챔피언십 스테이지는 12월 1일부터 시작된다.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경남에서 나온 뒤 잘한 것은 잊혀지고 강등된 것만 기억되더라. 마음의 못이었다. 어렵게 중국에서 기회를 얻었고, 그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일이 잘 풀렸다. 회장님이 '김 감독을 돈 많이 쓰던 3년 전에만 만났어도 우승할 수 있었을텐데'라고 농담도 해주신다. 해외에서 감독 생활을 하고 있는 만큼 더 잘해서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