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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에서 이뤄진 父子의 진한 포옹…'기특하다, (강)태경아' [SC 리포트]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데뷔전을 치른 아들. 아버지는 아들에게 '수고했다'는 한 마디와 함께 진한 포옹을 했다.

지난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NC 다이노스는 드류 루친스키가 장염으로 등판이 어렵게 되자 강태경(20)을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41순위)로 입단한 강태경의 프로 데뷔전이다.

더그아웃에서 강태경의 데뷔전을 남다른 마음으로 지켜본 이가 있었다. NC 수석코치이자 강태경의 아버지인 강인권 수석코치다. 현역 시절 노히트노런을 두 번이나 합작하며 명포수로 이름을 날렸던 강인권 코치는 이제 자신을 보며 야구선수로서의 꿈을 키웠던 아들의 데뷔전을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는 입장이 됐다.

아버지 앞에서 치르게 된 데뷔전. 강태경은 씩씩했다. 1회 시작부터 실책이 나오면서 볼넷이 겹쳐 1사 2,3루 위기에 몰렸지만, 변화구로 삼진 두 개를 잇달아 잡아내는 배짱을 보여줬다. 4회 실점이 나왔지만, 6회까지 추가 실점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선두타자 김태연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투구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데뷔전부터 퀄리티스타트를 하면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떨리게 했던 장면도 있었다. 보통 투수교체 때에는 투수코치 혹은 특별한 경우 감독이 올라오곤 한다. 그러나 이날 강태경의 교체 때에는 강인권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갔다. 코치로서, 아버지로서, '수고했다'는 말을 전해주라는 배려였다.

마운드에 올라간 강인권 수석코치는 역투를 펼친 아들에게 손을 내밀었고, 악수를 했다. 그리고 이내 진한 포옹을 했다. 모자를 벗어 강인권 코치를 맞은 강태경은 씩씩하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경기를 마친 뒤 강태경은 "긴장하긴 했는데, 언제올지 모르는 기회다 보니 즐긴다는 생각으로 던졌다"라며 "아버지가 경기 앞두고 씩씩하게 부담갖지 말고 미트만 보고 던지라고 해주셨고, 마지막에 마운드에서 수고했고 잘했다고 하셨다. 안아 주셨을 때는 기분이 묘하면서 뿌듯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강태경은 "이번 경기를 발판으로 앞으로 더 준비 많이 해서 기회가 또 온다면 더 잘 던지고 싶다"고 다짐했다.

강인권 수석코치는 "야구장에서는 아들이 아닌 다른 선수들과 똑같은 야구선수라 선수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려고 했다"라며 "그래도 평소보다 긴장하고 본 건 사실인데, 기특하게도 잘 던져줘서 너무 고맙다. 걱정했던 것보다 차분하게 잘 던져줬는데 조금 더 열심히해서 좋은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체 선발로 나왔던 강태경은 16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좋았던 기억을 안고 다시 재정비에 나선다. 좋은 추억을 안은 만큼 두 부자(父子)는 다시 1군에서 만날 날을 더욱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