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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가 리드오프라니...', LAA가 오타니에 '올인'하는 이유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는 16일(이하 한국시각)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해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투수로 선발등판한 지난 11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부터 6경기 연속 리드오프로 나선 것이다. 올시즌 전체로 치면 10번때 리드오프 출전. 오타니는 왜 갑자기 리드오프를 맡게 됐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후반기 들어 부진에 빠진 오타니의 타격감을 살려주기 위한 팀 차원의 전략이다. 실제로 오타니는 최근 6경기에서 23타수 8안타(0.348), 2홈런, 4타점을 올렸다. 이전 후반기 23경기에선 타율이 2할1푼6리였다.

리드오프를 맡고 나서 타격감이 뚜렷한 상승세다. 15일 휴스턴전에서는 1회 선두타자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휴스턴 선발 루이스 가르시아의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이날 경기 후 조 매든 에인절스 감독은 "어느 타자든 그 자리에 갖다 놓으면 잘 한다. 타격이 자기 페이스대로 돌아왔다. 타구가 우측으로 라인드라이브로 날아가고 있다. 타석에서 완벽하게 감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1회 1번타자에게 고의4구를 주는 투수는 없다. 상대가 도망가는 피칭을 하지 않기 때문에 오타니가 타격감을 금세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결과가 그렇다. 매든 감독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계속 보자. 그 자리에서 매우 잘 하고 있다. 전반기처럼 보인다"며 리드오프 오타니를 밀고 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선발투수로 나선 날에도 1번을 맡기니 오타니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올시즌 에인절스는 '오타니의 팀'이 됐다. 선발 로테이션, 타순을 오타니 위주로 짜고 있으니 과장된 말은 아니다. 그러나 팀이 특정 선수의 편에 서면 성적은 뻔하다. 에인절스는 59승60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4위다. 가을야구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래도 5할 안팎 승률을 꾸준히 지키는 걸 보면 오타니의 공헌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에인절스가 이처럼 오타니를 중심으로 시즌을 운영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비즈니스 때문이다. 오타니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오타니 생일이었던 지난 7월 6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는 당시 올해 홈경기 최다인 3만8201명의 팬들이 입장했다. 지난 7월 17일 후반기 개막전에는 4만880명이 운집했다. '홈런 타자' 오타니를 보려고 몰려든 것이다.

에인절스 구단은 올시즌 오타니 마케팅에 전력을 쏟고 있다. 티셔츠, 저지, 베게 등 오타니 얼굴을 넣은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비공식 집계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라이센스 관련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일본도 오타니 열풍이 뜨겁다. 1990년대 노모 히데오, 2000년대 초반 스즈키 이치로를 능가한다. 도쿄올림픽 직전 설문조사에서는 도쿄올림픽(11%)보다 오타니 경기(28%)를 보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2배 이상 많았다. 일본 공영방송 NHK가 에인절스 전 경기를 생중계하는데, 중계권 재계약을 앞두고 값을 배 이상 올릴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

오타니는 홈런, 장타율, WAR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투수로도 7승1패, 평균자책점 2.93으로 사실상 에인절스의 에이스다. ESPN은 지난 12일 양 리그 정규시즌 MVP와 사이영상, 올해의 신인을 예상하면서 '오타니는 지금 시점에서도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MVP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리드오프로 출전하면 한 타석이라도 더 들어간다. 홈런을 더 칠 수 있다. 팀이야 어떻게 되든 에인절스 입장에선 오타니가 MVP가 돼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