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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투심 100%' 난세영웅 정찬헌 '김휘집 실책? 내가 점수 안주면 된다'[인터뷰]

[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김휘집은 올해 신인이다. 실수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내가 그 실책 때 점수를 주지 않았으니까, 김휘집은 더 잘 성장할 거다."

'젊은팀' 영웅 군단을 이끌 난세 영웅이 탄생했다. 정찬헌이 키움 히어로즈 데뷔전을 멋진 승리로 장식했다.

정찬헌은 14일 두산 베어스를 6이닝 1실점으로 꽁꽁 묶으며 키움의 후반기 4승째를 책임졌다. 크레익과 이정후가 5안타 1볼넷을 합작했고, 송성문이 결승 홈런을 쏘아올렸다. 김성민 김태훈 김재웅으로 이어지는 철벽 불펜이 승리를 완성했다.

경기 후 만난 정찬헌은 "민폐 끼치지 않으려고 했다. 우리 팀이 이번주 경기를 잘 치르고 있지 않나. 3연승 후에 어제 졌으니까 어린 선수들이 동요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오늘 이겨야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날 키움 수비진은 정찬헌의 투구 때 무려 3개의 실책을 범했다. 특히 선발투수가 가장 흔들리는 1회에만 김혜성과 김휘집의 실책이 잇따라 나왔다. 5회에도 김휘집의 2번째 실책, 이정후의 잘 따라붙고도 아쉽게 놓친 슬라이딩 캐치가 이어졌다. 투수로선 아쉬운 탄식을 내뱉을 만도 했다. 특히 정찬헌은 공의 구속보다는 변화구로 맞춰잡는 투수다.

하지만 수비진의 거듭된 실책에 흔들리지 않는 베테랑의 멘털이 돋보였다. 실책이 나온 이닝에는 실점도 없었다. "어린 선수들을 이끄는 '형'이 되고 싶다"던 이적 당시의 말을 그대로 지켰다.

"김휘집은 올해 신인이다. 이제 1군에서 자리잡을 선수 아닌가. 실수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원래 선수는 실수하고 다음 경기 때 더 잘하면서 큰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건 후배의 실수가 나온 이닝에 실점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김휘집은 더 잘 성장할 수 있다. "

페르난데스에게 내준 2루타 하나를 제외하면 장타 없을 만큼 칼같은 제구와 볼배합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정찬헌은 일반적인 의미의 직구(포심 패스트볼)를 단 1개도 던지지 않았다. 94개의 투구수 중 자신의 성명절기인 커브가 37개, 포크볼이 29개, 최고 140㎞의 투심 패스트볼이 28개였다. 알고보니 그가 올해 후반기를 위해 준비한 비밀병기였다.

"LG 시절에 경헌호 코치님과 함꼐 고민한 결과다. 수술 여파로 난 예전 같은 직구를 던질 수 없다. 포심이 너무 밋밋하니까, 던지다 자칫 밀려들어가면 장타를 맞는다. 차라리 다 투심으로 던지기로 했다. 그 와중에 트레이드가 됐고, 송신영 코치님도 날 믿어주셨다. 오늘 좋은 결과가 나와 기분이 좋다."

키움에는 KBO리그에 흔치 않은 '투심의 달인' 최원태가 있다. 하지만 정찬헌은 "내 투심도 충분히 좋다. 어차피 나와 최원태는 투구폼도, 팔 높이도 다르다"고 단언한 뒤 "오히려 최원태가 내게 커브를 물어본다"며 슬그머니 '흘리기'에 나섰다.

"LG 시절에 화장실에서 만났는데, 다짜고짜 '저 커브 좀 알려주세요' 하더라. 2년 지나고 작년에 다시 만났을 때도 '형 커브 좀 제대로 알려달라' 했었다. 다른 팀인데 이렇게 막 물어보는 선수는 최원태가 처음이다. (같은 팀에 왔으니)요즘 열심히 알려주고 있다. 그렇게 다가올 용기가 있다는 건 내 구종에 매력을 느낀다는 뜻이니까."

앞서 정찬헌의 말대로 두 선수의 커브는 결이 다르다. 정찬헌은 "처음 봉중근 선배한테 너클 커브를 배울 때도 쉽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거쳐 나만의 커브로 변형시킨 것"이라며 "나와 최원태의 커브도 물론 다를 거다. 내 커브처럼 뚝 떨어지진 않을 거다. 다만 느낌이나 그립을 알려줄 뿐"이라고 덧붙였다.

정찬헌은 4월 생애 최고의 한달을 보냈지만, 5~6월 조금씩 흔들림이 더 심해졌다. 그는 "처음엔 투구 습관(쿠세)이 나오는 것 같았고, 그 다음엔 구종이 문제였던 것 같다. 왜 포볼도 적고 홈런도 적은데 안타를 많이 맞을까 이런 고민도 하고, 생각이 너무 많았다. 오늘은 그저 조금 더 신중하게 던지고자 노력한 결과"라고 미소지었다.

정찬헌의 커리어하이는 2017년의 8승. 올시즌 벌써 7승을 올렸다. 하지만 정찬헌은 "승수 욕심은 전혀 없다. 10승인데 7점대 평균자책점이면 무슨 의미가 있나. 10승도 하고(내용도 좋고) 전반적인 팀 성적까지 따라오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올해 12경기에 나갔는데 그중 10경기를 LG가 이겼다. 내가 던지는 날 팀이 이긴다는 이미지를 갖고 싶다. '왠지 경기가 잘 풀려'라는 느낌을 주고 싶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