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대타는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더그아웃에서 식어있던 몸으로 갑자기 나와 안타를 친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NC 다이노스 정진기는 그 일을 3일 연속 해냈다.
NC 다이노스는 1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6회 터진 '대타' 정진기의 역전 결승타로 5대4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3연패를 끊어낸 후반기 첫승이다.
정진기는 이번 시리즈 첫날 대타 투런 홈런, 전날 9회초 선두타자 대타 안타에 이은 도루, 그리고 이날 대타 결승타까지 쳐내며 '3경기 연속 대타 안타'라는 보기드문 진기록을 세웠다. 특히 우투수 박진형을 노리고 기용됐는데, 투수가 좌투수 강윤구로 바뀌었음에도 적시타를 쳐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정진기는 "우투수 좌투수 생각은 안했다. 노림수 없이 나 자신을 믿고 한다는 생각으로 그냥 공을 보고 쳤다"며 멋적게 웃었다.
정진기는 SK 와이번스 시절인 2017년 정규시즌에 대타 만루홈런, 포스트시즌(와일드카드)에는 대타 연타석 홈런을 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정진기는 "너무 옛날 얘기다. 나도 3경기 연속 대타 안타는 처음이라 할말이 없다"면서 "자신감은 좀 붙었다"고 멋적어했다.
정진기는 5월 21일 정현과 함께 김찬형과의 2대1 트레이드로 NC 유니폼을 입은 '공룡 새내기'다. 전반기 정진기의 타율은 1할9푼7리, OPS(출루율+장타율) 0.554에 불과했다.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다. 대타로도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정진기를 위로해준 건 화순고 시절부터의 오래된 절친 홍건희(두산 베어스)였다. 홍건희는 지난해 KIA 타이거즈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뒤 불펜의 핵심으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처음에 팀에 적응을 잘 못했다. (홍)건희한테 위로를 많이 받았다. '시간이 도와줄 것'이라고 하더라."
정진기는 "양의지 형이 먼저 다가와주셨고, 나성범 형도 노하우도 많이 알려주시고 잘해줬다. 지금은 어린 선수들과도 어울리면서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다른 팀에서 온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방역수칙 위반' 논란이 터졌다. 팀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정진기는 "야구계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경각심을 갖고 있다. 다들 조심하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정진기에겐 올림픽 휴식기가 터닝포인트였다. 그는 "정말 금 같은 시간이었다. 많은 변화를 줬다. 레그킥도 안하고, 방망이 그립도 바꿨다. 예전보다 짧게 잡고 내 포인트를 찾는데 집중했다"면서 "2군 타격코치님들이 많이 도와주셨다"고 덧붙였다.
창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