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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 단단해진 땅처럼' 부상+불화 악재 딛고 일어선 강원, 창단 첫 FA컵 4강 달성. 이제 우승에 올인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한바탕 폭우가 내린 직후 엉망진창처럼 변한 땅도 시간이 지나 따뜻한 햇빛을 받으면 서서히 굳는다.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그 전보다 더 단단한 기반으로 거듭날 수 있다. '비온 뒤 땅이 굳는다'는 속담은 종종 현실에서도 확인된다. 프로축구 K리그1 강원FC가 바로 대표적인 사례다.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과 코칭스태프간의 불미스러운 사태를 겪었다. 팀이 와해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강원은 버텨냈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욱 단단한 경쟁력으로 무장했다. 그 결과 창단 첫 FA컵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강원은 지난 11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5라운드 수원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김대원이 멀티골을 터트리며 2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강원은 창단 후 처음으로 FA컵 준결승에 올랐다. 이날 승리는 강원이 지금까지의 악재를 털어내고 한층 더 단단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강원은 시즌 초반부터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정상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다. 김병수 감독의 유니크한 전술과 선수 장악력에 새로 부임한 이영표 대표이사의 적극적인 팀 운영 및 그에 따른 공격적 선수영입으로 '다크호스'로 불렸지만, 초반부터 이어진 부상 악재로 인해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했다. 심지어 멀쩡히 경기를 치르고 귀가하던 고무열과 임채민이 교통사고를 당해 다치는 일도 있었다.

이로 인해 강원은 K리그1에서 중위권 이상으로 도약하지 못하며 고전해야 했다. 그런 와중에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7월초 A매치 휴식기 기간, 훈련 후 코칭스태프 저녁 식사자리에서 김 감독과 A코치 사이에 언쟁과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벌어졌다. 결국 강원 구단은 김 감독에게 4000만원의 자체 제재금 징계를 내렸다. 강원구단은 이런 사실을 먼저 공개하고 깔끔하게 정리하며 빠른 수습을 이끌어냈다.

결국 팀을 흔들 수도 있던 사안이 빠르게 수습됐다. 김 감독도 이 같은 해프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당사자 A코치와 화해한 뒤 다시 팀을 이끄는 데 몰입했다. 마침 부상을 입었던 고무열, 조재완, 김대원 등이 모두 돌아오면서 강원은 경쟁력을 되찾았다. 이날 수원전은 강원의 베스트 전력이 오랜만에 가동된 경기였다.

사상 첫 FA컵 4강에 오른 강원은 이제 더 높은 꿈을 꾼다. 현실적으로 K리그1에서는 파이널A 진출을 노리지만, FA컵 우승은 격이 다르다. 전력을 더 집중해 4강전을 준비해야 할 이유가 명확하다. 김 감독 역시 FA컵에 대한 의욕을 서서히 불태우고 있다. 과연 강원이 창단 첫 '우승'까지 도달할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