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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4억' 韓생활은 의욕 상실? 10G만에 방출→마이너 성공신화→ML 승격 '인생역전'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두 얼굴의 사나이인가. 한국 시절 단 10경기, 개막 25일만에 퇴출됐던 선수가 트리플A 홈런왕을 거쳐 메이저리그 승격까지 이뤄냈다.

콜로라도는 11일(이하 한국시각) 휴스턴 애스트로스 전을 앞두고 트리플A에서 테일러 모터를 콜업했다. 지난해 키움 히어로즈에서 단 10경기 만에 타율 1할1푼4리(35타수 4안타)로 퇴출된 바로 그 모터다.

모터의 콜업은 예상된 바였다. 올해 모터는 트리플A를 맹폭했다. 67경기에 출전, 타율 3할3푼5리(212타수 71안타) 24홈런 5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220의 몬스터 시즌이다. 앨버커키 아이소톱스(콜로라도 트리플A팀)가 속한 트리플A 서부리그에서 홈런-장타율 1위, 출루율 2위, 타점 4위의 호성적이다.

올해 3월 모터와 계약한 콜로라도로선 긁어볼만한 로또인 셈. 지난달에는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 트리플A)과의 맞대결에서 홈런을 쏘아올리며 KBO 시절과는 달라진 눈높이를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달의 선수'까지 휩쓴 뒤 마침내 빅리그에 입성했다.

모터로선 2018년 이후 3년만의 재도전이다. 과거에는 내야 멀티요원으로 3년간 141경기에 출전했지만, 별 소득 없이 결국 마이너행을 통보받았다. 타율은 2할대를 밑돌았고(1할9푼1리) 수비 평가도 썩 좋지 않았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엔 왜 그랬을까. 모터는 코로나19 여파로 급변한 상황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태극기 헤어밴드를 준비하는 등 의욕은 넘쳤다. 하지만 타격은 폼부터 결과까지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지명타자보단 수비를 나가길 원했다. 하지만 빅리그 내야 멀티 출신임에도 기본기부터 집중력까지, '고장난 모터' 그 자체였다. 1루와 3루, 외야 등 어느 포지션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경기 외적으론 사실혼 관계 여자친구와 함께 있지 못한다거나, 한국의 자가격리 환경에서 주어지는 식사가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주장해 불필요한 논란까지 불렀다.

2군에 내려가선 홈런을 치는 등 달라진 듯 했지만, 이미 키움의 마음은 떠난 뒤였다. 모터 문제로 한달간 속을 썩이던 키움은 퇴출을 결정했다. 사실상 구단과 선수 모두가 원한 결말이었다.

미국으로 돌아간 뒤 모터는 2020년을 통째로 '백수' 신세로 보냈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이너리그가 문을 닫았기 때문. 타 리그에서 뛰다온 모터에게 가뜩이나 부족한 마이너리거 훈련 소집 슬롯을 내준 구단은 없었다.

1년 사이 깨달음을 얻은 걸까. 지금 모터의 방망이는 2011년 마이너리그 데뷔 이래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다.

일단은 '임시직'이다. 라미엘 타피아가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잡은 콜업 기회다. 모터는 콜업 첫날 곧바로 지명타자로 선발 출격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