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술판파문은 남의 일?' 끝없는 일탈, 텅빈 관중석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같다면...[SC시선]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2000년대 초반은 롯데 자이언츠의 암흑기였다.

8개 구단 체제였던 2001년 부터 2004년 까지 4년 연속 최하위로 추락했다. 열정의 부산팬들이 하나둘씩 발걸음을 돌렸다.

사직구장 관중석은 텅텅 비었다. 역대 최소관중(2020년 제외)인 12만7995명(평균 1910명)을 찍었던 2002년 사직구장은 당시 드문드문 앉아있는 관중 수를 손으로도 셀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전국구 인기구단의 부진은 프로야구 전체의 흥행부진으로 이어졌다. 꾸준히 100억 단위를 찍던 전체 관중수입이 80,90억 대로 내려앉았다.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가파르게 치솟은 축구 인기와 대비되던 우울한 시기였다.

'셀 수 있는 관중 수'는 그 이후 2020년에 찾아왔다.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의 여파였다. 제한적 관중허용 속에 찔끔 입장한 관중이 좌석을 드문드문 메웠다.

코로나19 관중제한은 현재진행형이다. 전국적으로 강화된 거리두기 여파로 후반기에도 당분간 섬처럼 고립된 관중 풍경이 이어질 전망.

문제는 코로나19 이후다. 국민 대부분의 백신 접종 이후 전염병이 잦아들면 관중제한도 풀릴 것이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그 다음부터다. 만약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관중석 풍경이 별 차이가 없다면? 그라운드에서 올려다 볼 선수들은 과연 어떤 느낌이 들까.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얼마든지 현실의 공포가 될 수 있다.

좋아하는 팀, 좋아하는 선수들의 줄 일탈에 팬들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상실감과 실망감은 선수들의 상상 이상이다. 어지간한 사건에 그래도 '우리 팀, 우리 선수'를 외치던 시선이 급속도로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더 이상 야구를 소비하지 않겠다'는 아픈 선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NC와 키움 선수의 '술판 파문'은 도쿄 올림픽에까지 부정적 여파를 미쳤다.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한 선수들이 맘껏 뛰어놀며 제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짓눌린 부담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고 입국한 다음날, 또 다시 일탈 소식이 이어졌다.

키움 송우현은 음주운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KIA 브룩스는 대마초 성분이 든 전자담배를 주문했다가 곧바로 퇴출됐다. 두산 선수 한명은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돼 인과관계를 조사받고 있다.

리그를 발칵 뒤집어 놓은 '술판 파문'은 그저 다른 선수의 불운이었을 뿐일까. 이미 불 붙은 성난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자해 행위다.

팬이 없으면 리그도 없다. 당연히 선수도 없다. 인기에 걸 맞는 대우와 몸값도 없다.

인기는 신기루와 같다. 어느 순간 사라질 지 모른다. 우여곡절 끝에 대한민국 최고 프로스포츠로 자리매김해 온 불혹의 프로야구. 최대 위기다.

한번 추락하면 회복은 쉽지 않다. 더 늦기 전에 내 곁의 동료와 리그의 가치와 존엄을 지키기 위한 '자발적 불편함'에 동참해야 한다. 활활 타올라 잿더미로 변하는 순간, 내일은 없다. 지금 이 순간, 팬들의 실망과 분노의 열기는 그만큼 뜨겁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