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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삐약이'신유빈'제 올림픽 원픽=김연경 언니! 언니처럼 멋진 국대선배 될래요'[진심인터뷰]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김연경 언니요! 너무 멋있어요."

9일 대한항공탁구단 훈련장에서 '돌아온 삐약이' 신유빈(17·대한항공)을 만났다. 생애 첫 도쿄올림픽 무대, 당찬 플레이로 국민적 사랑을 한몸에 받은 '탁구신동' 신유빈과 올림픽 수다에 빠져들었다. 신유빈의 '올림픽 원픽'은 단연 "김연경 언니"였다. "김연경 언니가 최고 멋졌어요. 한국 와서도 배구를 끝까지 챙겨봤어요. 끝나고 언니가 우는데 저도 따라 눈물이 났어요" 한다. "언니는 후배들을 위한 스포츠아카데미도 하신대요. 저도 나중에 후배들을 아낌없이 도와주고, 힘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언니처럼 국가대표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언니를 보면서 이루고 싶은 꿈이 생겼어요." '열일곱 최연소 국대' 신유빈의 눈이 반짝였다. "연경언니, 당연히 제대로 뵌 적은 없죠. 어떻게 봐요? 맞다. 도쿄올림픽 선수촌에서 엘레베이터 같이 탔었는데… " 결론은 수줍어서 인사도 못나눴단다. '삐약유빈'과의 첫 올림픽 네버엔딩 수다는 그렇게 끝없이 이어졌다.

▶쿠팡 아저씨도 알아봐요

도쿄올림픽에서 돌아온 후 가장 달라진 건 알아보는 팬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다. 신유빈은 귀국 이튿날인 6일 가족들과 제주도 2박3일 '힐링' 여행을 다녀왔다. '버킷리스트' 1순위, 스킨스쿠버를 하며 소원을 풀었다. 공항에서, 시장에서, 식당에서 팬들의 사인, 사진 촬영 요청이 쇄도했다. 9일 대한항공 훈련장 복귀 후에도 가는 곳마다 그녀를 알아본다. "아파트 엘레베이터 타고 내려오는데 쿠팡 택배 아저씨가 '신유빈 선수 아니세요' 묻더라고요. 저 마스크 쓰고 완전 땅만 보고 있었는데…. 택배 트럭 앞에서 사진 찍었어요. 완전 신기해요. 왜 나를? 어떻게 다 아시지?"

▶58세 니시아리안, 그분만 안만났으면 했는데

신유빈의 첫 올림픽, 가장 화제가 된 매치업은 '58세 룩셈부르크 최고령 에이스' 니시아리안과의 단식 32강 맞대결이었다. "올림픽 가기 전부터 그분이랑만 안하면 되겠다 했는데 와, 딱 붙은 거예요"라며 당시 심경을 전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난 스웨덴오픈서 1대4로 패했다. 까다로운 핌플 전형, 백전노장과의 재회는 부담이었다. "사람들은 지면 안되는 선수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이 차도 많고, 어려운 상대잖아요. '지면 어쩌지'하는 부담감이 정말 컸어요"라고 털어놨다. "올림픽에서 다양한 선수들과 경험을 더 쌓고 가야 하는데 '나 이거 지고 한국 가나?'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단다. "1세트를 2대11로 허무하게 내주고 생각해보니 제 마음이 너무 조급했어요. '천천히 하자, 줄 것 주고 할 것 하자' 마음을 딱 잡았더니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매경기, 매세트 진화한 신동의 역전승 비결은 마인드컨트롤이었다. .

▶단체전 이기면 쌍둥이처럼 기쁨 두배, 지면 너무 힘들어

웬만해선 울지 않는 '긍정소녀' 신유빈이 독일과의 단체전 8강 패배 직후 눈물을 보였다. "증명하지 못했으니까.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지면 소용 없는데… 언니들에게도 미안했고, 무엇보다 응원해주신 분들께 보답 못한 것이 제일 속상했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에이스' 신유빈은 단체전에서 더 파이팅 하는 선수였다. "단식은 혼자 잘 치면 되지만, 단체전은 언니들이 뒤에 있고 다같이 이기는 게 목표잖아요. 같이 이기면 훨씬 행복하거든요"라고 했다. "쌍둥이를 키울 때는 힘들어도, 기쁨이 두배라고 하는 것처럼 단체전도 그런 거예요." '팀플레이어' 신유빈의 찰떡 비유. '최연소 국대' 신유빈은 2019년 도쿄올림픽 단체 예선전,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단체전을 경험했다. 그렇게 좋아했던 단체전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놨다. "국가대표 단체전은 정말 어려워요. 이기면 너무 행복한데 지면 마음이 너무 힘들어요" 한다.마냥 유쾌했던 올림픽 수다 도중 눈가에 눈물이 대롱대롱 맺혔다. 9월 카타르아시아선수권, 한중일 3개국이 다시 치열하게 단체전서 격돌한다. "중국, 일본 다 잘하는 상대니까 '할 수 있는 걸 한다, 재미있게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해볼래요"

▶으응? 불안할 때 포어드라이브를 날린다고?

세계를 호령하는 월드클래스 탁구선수들은 저마다 강력한 필살기, 포어드라이브 한방을 갖고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챔피언 유승민 IOC위원도 파워풀한 포어드라이브 하나로 만리장성을 넘었다. 이번 올림픽 신유빈의 탁구가 유난히 시원했던 이유는 이 과감한 포어드라이브 덕분이다. 한잉(독일), 두호이켐(홍콩) 등 각국 톱랭커들을 상대로도 신유빈은 포어드라이브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리시브, 연결, 소심한 백드라이브로는 세계 무대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포어드라이브로 승부한다. 하지만 살 떨리는 올림픽 무대에서 매순간 볼을 낚아채 돌아서며 '결정타' 포어드라이브를 날리기란 쉽지 않은 일. '강심장' 신유빈의 탁구가 주는 희망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저는 오히려 백이 더 불안했어요. 포어드라이브가 안정적이고, 득점도 많이 나고… 경기 때 포어드라이브로 잡으려고 했어요. 불안해서 포어드라이브를 했어요."

▶아, 나만 빼고 다 잘해

신유빈을 비롯해 Z세대, 10대들의 당찬 활약은 도쿄올림픽 최대 이슈였다. 또래 선수들 얘기에 신유빈의 눈이 반짝였다. "도쿄선수촌에서 만난 배드민턴 안세영 언니가 저 응원하셨대요. 저도 언니 경기 라이브로 봤거든요. 너무 아까웠다고 얘기했죠. 세영언니는 '운동중독'이에요. 진천선수촌에서 저와 훈련리듬이 같았거든요. 저도 탁구장에 제일 일찍 가는 편이었는데 가는 길에 꼭 언니를 만났어요. 사실 언니는 더 일찍 새벽운동까지 마치고 배드민턴장에 나가는 거였어요"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양궁 김제덕(2관왕), 체조 여서정(동메달), 수영 황선우(아시아신기록) 선수도 다들 대단해요"라더니 "메달 따는 또래들을 보면 '부럽다, 좋겠다'는 마음보다 '얼마나 노력했을까'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들어요"라며 미소 지었다. 첫 올림픽 동기, 10대 또래 국대들은 금세 친구가 됐다. "서정언니와는 인스타로 자주 연락해요. 김제덕 선수와도 인스타 DM으로 안부를 주고받고요. 아, 근데 진짜 나만 빼고 다 잘해." '막내온탑' 신유빈의 깜찍한 혼잣말 푸념에 웃음이 터졌다.

▶'삐약유빈', 조류는 좀 무서워

도쿄올림픽은 신유빈에게 '삐약유빈'이라는 새 별명을 선사했다. 노랑 유니폼을 입은 신유빈의 득점 직후 짧은 외마디 포효, 하이톤 파이팅에서 유래했다. 새 애칭에 대해 신유빈은 "당연히 너무 감사하죠. 근데 저 사실 조류 안좋아해요" 한다. "치킨은 먹는데 백숙은 안먹어요. 조류 모양이 있는 건 잘 못보겠어요. 좀 무서워요"란다. 팬들이 개설한 '삐약유빈' 채널엔 불과 사흘만에 구독자수가 5만 명에 육박했다. 도쿄 귀국 영상은 19만 뷰를 돌파했다. 신유빈은 이 열기가 탁구장으로 이어지길 소망했다. "이렇게 많은 응원을 받아본 건 처음이에요. 저는 팬들이 있을 때 경기가 더 잘 되는 것같아요. 올림픽을 계기로 탁구 인기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중국, 일본처럼 관중들이 탁구 경기장을 꽉 채울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이제 다시 시작!

"이번 올림픽 목표는 할 수 있는 것 다하고 오는 거였는데, 그런 면에선 잘했다고 생각해요." 도쿄올림픽 준비과정, 매순간 최선을 다했던 신유빈에겐 메달 빼곤 아쉬움이 없었던 첫 올림픽이었다. "할 수 있는 걸 다했는데 '이게 현실이구나'도 알게 됐죠. '아직 이 정도 밖에 안되는구나. 실력이 안되는 걸 어떡해, 실력은 앞으로 더 쌓으면 되지' 생각했죠"라며 생긋 웃었다. "느낀 게 정말 많아요. 서비스도 더 다양하게 만들어야 하고, 기술을 더 높여야 해요. 실전에 쓸 수 있는 기술, 작전이 더 많아야 하고, 기술 연습을 더하려면 체력도 훨씬 더 끌어올려야 하고요. 제일 부족했던 점은 상대 플레이스타일을 빨리 캐치하지 못한 거예요. 경험 부족이죠. 독일 한잉이 경기 도중 구질을 바꿨는데 제 대응이 늦었어요. 게임수는 앞으로 계속 경기를 통해 열심히 쌓아나가야죠." 달리 '신동'이 아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해야할 일, 가야할 길을 꿰뚫고 있었다. 결국엔 중국, 일본 에이스와 치열하게 붙어야 하고, 전쟁을 이겨내야 한다.

5일 귀국한 신유빈은 불과 나흘만인 9일부터 다시 라켓을 잡았다. 17~19일 전북 무주에서 펼쳐질 세계선수권 선발전 준비에 돌입했다. 11월 미국 휴스턴에서 펼쳐질 세계탁구선수권엔 남녀 5명이 출전한다. 여자부는 세계랭킹 순으로 전지희-서효원이 우선 발탁됐다. 신유빈은 남은 세 자리를 놓고 언니들과 다시 무한경쟁에 돌입한다. 신유빈은 첫날부터 야간훈련을 자청했다. 오른팔, 손목, 어깨 다 아프다던 신유빈이 만류하는 아버지 신수현 GNS대표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아빠, 기왕 준비하는 것 더 즐겁게 더 열심히 잘할 거야. 지고 싶지 않아." 비범한 재능에 비범한 노력, 신유빈의 탁구는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