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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처음을 기억해요' 배구여제의 태극마크 여정, 마침표는 아직? [SC 핫포커스]

[인천공항=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국가대표를 꿈꿨던 배구 유망주. 한국 여자배구의 환희는 김연경(33)과 함께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덧 '이별'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연경을 비롯한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도쿄올림픽 4강 신화. 조별예선 통과도 어렵다고 평가받은 대표팀이었지만, 도미니카공화국, 일본 등 난적을 꺾고 3승 2패로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서는 강호 터키를 풀세트 승부 끝에 잡는 저력을 발휘하며 4강에 진출했다. 이후 브라질과 세르비아에게 가로막혀 메달에는 닿지 못했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은 이번 대회 최고의 장면으로 남았다.

올림픽 기간 동안 가슴 떨리게 하는 이들이 귀국장에 모습을 보이자 팬들은 박수와 환호로 맞이했다. 행사를 마친 뒤 주장 김연경은 그동안의 여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올림픽은 김연경에게는 더 절실하고 남달랐다. '어쩌면 마지막'이라는 말이 붙었다.

김연경은 만 17세였던 2005년 태극마크를 처음 단 뒤 16년 동안 대표팀 에이스로 중심을 잡아왔다. 2012년 런던올림픽 4강, 2014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비롯해 이번 도쿄올림픽 4강까지 대표팀이 남긴 발자취 중심에는 항상 김연경이 있었다.

여전한 리그를 호령할만한 기량은 있었다. 세월은 공평했다. '배구여제'에게도 30대를 넘어서면서 조금씩 전성기는 지나가고 있었다. 올림픽 시작 전부터 '마지막일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쳐왔던 김연경은 세르비아와의 동메달결정전을 마친 뒤 "사실상 오늘이 국가대표로 뛴 마지막 경기"라고 선언했다.

다만, 아직 '확정'은 아니다. 9일 귀국장 인터뷰에서 김연경은 "은퇴를 결정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조금 더 의논할 부분이 있다"라며 "어느정도 결정이 난다면 그때 말씀드리겠다"고 조심스러워했다. 1년 뒤에는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있다.

아직까지는 마침표가 찍히지 않은 '국가대표' 김연경. 16년 동안 대표팀 생활 이야기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김연경은 "18살 때 처음 국가대표의 꿈이 이뤄졌을 때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아 16년이 흐른 게 느껴지지 않는다"라며 "지금껏 고생하고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런 분들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는 것이 힘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대표팀의 굵직한 성과를 남기면서 김연경은 한국 여자배구 인기몰이를 이끌기도 했다. 10년 전 터키에서 뛸 당시 김연경은 자신의 SNS에 '터키라는 리그에서 열심히 한국을 알리고 열심히 뛰고 있을때 한국에서는 나한테 무엇을 해주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바라는 건 조금의 관심이다. 이런 부분이 너무 안타깝고 가끔은 이런 현실이 슬프다'라며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10년이 지난 뒤 김연경은 자신이 아쉬워하던 모습을 완전히 바꿨다. 평일 저녁인데다가 코로나19 확산세로 많은 사람이 모이기 부담스러운 환경이었지만, 이날 귀국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김연경을 비롯한 선수들을 환영하고 응원했다. 또한 팬들은 김연경이 뛰었던 터키에 산불이 나자 김연경의 이름으로 묘목을 기부하기도 했다.

김연경은 "지금도 실감이 많이 안 나는 것 같다. 한국에 들어와서 공항에 오니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지지해주셔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거 같다"라며 "여자배구가 좋은 모습 보여줘 앞으로도 인기와 관심도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묘목 기부 소식에) 놀랐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선뜻 나서서 내 이름으로 해주는 게 쉽지 않은데 감사하다. 터키는 내가 살았던 나라이기도 해서 마음이 그랬는데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어쩌면 마지막'을 함께 한 선수단. 김연경은 100점 만점에 99점을 줬다. "목에 뭐 하나라고 걸고와야 하는데…" 메달에 대한 아쉬움이 담긴 1점 감점이었다.

길었던 대표팀 여정에 김연경은 '향후 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집에 가서 씻고 치킨 시켜 먹을 예정"이라고 웃으며 그동안의 고단함을 느낄 수 있던 답을 했다. 그러나 긴 휴식은 없다. 올해 김연경의 소속팀은 중국리그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 김연경은 "중국리그에 가기 전까지 한 두 달 정도 시간이 있다. 그동안 몸을 다시 만들어서 리그 준비해야할 것 같다. 중간중간 방송을 할 수도 있고, 다른 활동을 할 수도 있다"고 바쁜 계획을 세웠다. 인천공항=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