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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이 선보인 '철옹성' 류현진 공략법 '홈런+펜스 직격타 없이 10안타+7점'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천하의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무너졌다.

류현진은 9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 전에 선발 등판, 3⅔이닝 10안타 7실점으로 난타당했다. 삼진은 단 1개. 다행히 토론토가 조지 스프링어의 8회말 역전 3점 홈런으로 승부를 뒤집으면서 패전은 면했다.

류현진이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삼진 1개를 기록한 건 LA 다저스 시절인 2019년 8월 1일 콜로라도 로키스전(6이닝 무실점 1K) 이후 처음이다. 메이저리그(MLB)에서 선발 등판한 159경기 중 4회를 채우지 못한 건 10번째다.

그만큼 이례적인 부진이었다. 1경기 7자책은 2019년 8월 30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4⅔이닝 10안타 7실점) 이후 710일만, 류현진이 부상이 아닌 다른 이유로 4회 이전에 강판된 건 2018년 4월 3일 애리조나전(3⅔이닝 3실점) 이후 무려 1224일 만이다.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은 '로케이션만 따지자면 너무 단순해보이지만, 결국 제구가 좋지 않았던 게 문제다. 헛스윙을 이끌어낼만한 공을 던지지 못했다. 체인지업은 존 아래로 너무 떨어졌고, 직구는 너무 높았다. 직구 구속이 리그 전체 4분위인 투수가 존 구석구석을 찌르지 못하면 오늘 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냉정하게 평했다.

이날 보스턴이 류현진 상대로 때린 안타 10개는 홈런 하나 없이 단타와 2루타 만으로 구성됐다. 펜스를 직격하거나 외야수 키를 넘긴 타구도 없었다. 기껏해야 좌중간, 우중간에 떨어졌고, 그마저도 외야수가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91마일, 평균 구속은 89마일로 평소와 비슷했다. 하지만 보스턴 타자들은 장타 욕심을 부리기보다 철저하게 류현진의 실투를 노려쳤다. 류현진처럼 범타 유도형 투수에겐 가장 효과적인 공략법이다. 류현진의 컨디션 부진과 맞물려 더욱 인상적이었다. '류현진다운' 피칭은 단 1번, 3회 바비 달벡을 상대로 이날의 유일한 삼진을 뺏을 때 뿐이었다,

결국 류현진은 3이닝만에 8안타를 허용하며 4점을 내줬고, 4회 1사 만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야했다. 안타 10개 중 9개가 하드 히트(타구속도 95마일 이상)였고, 배럴 타구(평균 타율 0.500, 장타율 1.500 이상이 되는 타구)도 하나 있었다. 다음 투수 패트릭 머피가 승계주자를 모두 홈인시키면서 이날 류현진의 자책점은 정말 보기드문 7점이 됐다. 평균자책점은 3.22에서 3.62로 치솟았고, 투구수도 3⅔이닝 동안 76개에 달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토는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 좋은 흐름을 탔다. 5회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2점 홈런으로 따라붙고, 8회 스프링어의 역전 3점 홈런으로 기어코 승부를 뒤집었다. 게레로 주니어와 스프링어를 비롯한 토론토 야수진도 2회초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의 실수 한 차례를 제외하면 여러차례 류현진을 비롯한 투수진을 도왔다. 특히 스프링어의 넓은 수비범위와 빠른 타구 판단이 돋보였다.

찰리 몬토요 감독은 "(버팔로)세일런필드에서 보스턴과 경기를 치를 땐 관중석이 보스턴 팬들로 가득했다. 토론토는 우리 땅이다. 우린 엄청난 에너지를, 타 팀은 부담을 받는다. 뭔가를 하나 할 때마다 우리 쪽 함성이 늘어난다"며 즐거워했다, 류현진도 "팬들이 많이 오시니까 선수들이 힘을 내는 거 같다. 오늘은 팬들의 함성 소리가 엄청났다"고 강조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