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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받은 배구, 야유받은 야구. KBO VS KOVO, 준비부터 달랐다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거듭된 오만의 결과. 예고된 참사로 끝났다.

야구는 국내 프로스포츠 최고 연봉, 자타공인 최고 인기 스포츠다. 야구는 이번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리그까지 중단하며 심혈을 기울였다. 예선을 치렀지만 본선에는 6개팀만 출전했다. 메달은 당연했고, 내심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13년만에 2연패를 기대했다. 하지만 처참히 무너졌다. 일본에 졌고, 미국에는 두번 모두 패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대역전패를 당하며 무릎을 꿇었다.

야구가 전국민의 야단을 맞는 사이, 여자배구는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KBO(한국야구위원회)와 KOVO(한국배구연맹)는 조직 규모 차이는 비교할수 없다. KBO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은 달랐다.

'위기'가 입에 밴 KBO리그는 진짜 위기다. 2010년대 찬란했던 프로야구 중흥기는 다름아닌 2008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유입된 팬들이 기폭제가 됐다. 13년만에 올림픽에 돌아온 야구, 결말은 암울하다.

대회 전부터 트러블이 거듭됐다. 선수 선발 과정부터 논란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고통받는 팬들을 외면한 선수들의 일탈이 이어졌고, 그중에는 대표팀 선수들과 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들이 포함됐다. 리그 흥행에 찬물을 부었고, 대표팀의 전력은 더욱 약화됐다. 올림픽이 열리기 전부터 이미 분위기는 '김빠진 콜라'였다.

미리 만들어둔 매뉴얼을 뒤집고 리그를 중단시킨 KBO 이사회를 향한 팬들의 질타는 거셌다. 초상집 분위기에서 출범한 대표팀은 시작부터 힘을 받지 못했다. 국민적인 성원을 받아도 모자랄 판에 상대팀을 응원한다는 팬들까지 나왔다. 이 모든 것은 KBO와 10개구단이 자초한 일이다.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감독과 단장을 겸하는 역할이다. 권한이 큰 만큼 책임도 오롯이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다. KBO기술위는 좀더 세밀한 분석을 내놓지 못했고, 데이터 대신 오로지 감에 의존한 작전들은 원했던 결과까지 닿지 못했다.

미국과 일본 야구를 논할 자격도 없다. '숙적' 일본에는 여지없이 꺾였다. 마이너리거와 은퇴 선수들이 뭉친 미국에 '실력 차이'라는 말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2연패를 당했다. 이스라엘과 도미니카공화국에도 고전했다.

반면, 여자배구대표팀은 연일 '기적'을 연출했다. 대회전까지 한국의 세계랭킹은 14위. 올림픽에선 분명한 '약자'였다. 대회 전 악재로 인한 대표팀 전력 타격을 따지면 야구와는 비교도 안된다. 김연경 다음가는 슈퍼스타(이재영)와 국제대회일수록 그 빈 자리가 더 커보이는 최고 세터(이다영)가 빠졌다.

KOVO와 대한배구협회는 엄청난 전력약화가 불을 보듯 뻔했지만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인 '쌍둥이 자매'에 강력 징계를 했다. 기준을 흔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러한 강단있는 모습이 팬들의 사랑을 더 불러 일으켰다. KOVO는 대회중에 격려금 증액(1억원)을 통해 선수단에 동기부여도 했다.

합심했던 결과는 아무도 예상못한 그림을 그렸다. 역부족일 것만 같았던 세계랭킹 7위 도미니카공화국, 5위 일본, 4위 터키를 연파했다.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준결승 진출로 '세계 4위'라는 큰 수확물을 손에 쥐었다. 온 국민이 여자배구 대표팀 플레이에 울고 웃었다. 대표팀 은퇴를 앞둔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한편의 드라마였다.

야구는 경기중 강백호의 껌 씹는 장면을 두고 팬들의 질타가 많았다. 껌도 마음대로 씹지 못하느냐고 항변할 수 있지만 절실함과는 거리가 먼 장면에 어이없어 한 국민들이 많았다. 반면, 배구는 마지막까지 악착같이 뛰며 파이팅을 외쳤다. 처절한 고함소리에 선수들의 간절함이 엿보였다. 배부른 야구와 절실했던 배구의 차이. 이를 주관한 KBO와 KOVO의 차이. 지켜본 팬들은 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