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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리포트]'오늘이 대표팀 마지막 경기' 이제 배구여제와 작별할 순간이 찾아왔다

[요코하마(일본)=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7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아레나.

세르비아와의 동메달결정전을 마친 김연경(33·상하이)의 목은 잠겨 있었고,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눈시울도 붉어졌다. 지난 10여년 간 태극마크를 짊어지고 승패에 관계 없이 당당한 모습을 보였던 '식빵언니'에겐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김연경에게 이번 도쿄올림픽은 '마지막 올림픽'으로 여겨졌다. '10억분의 1', '월드클래스' 칭호를 얻을 정도로 여전히 기량을 인정 받고 있지만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는 법. 3년 뒤 예정된 2024 파리올림픽에서 김연경이 코트를 누비는 모습을 보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였다. 프로 데뷔 직후부터 성인 대표팀에 포함돼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는 바쁜 여정의 연속이었던 김연경을 이제는 놓아줄 때가 됐다는 시선도 있었다. 터키와의 8강전을 앞두고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잠을 설쳤다"는 김연경의 한 마디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김연경은 세르비아전을 마친 뒤 후배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을 나눴고, 기념사진 촬영도 하면서 마지막 순간의 추억을 만들었다. 하지만 코트를 벗어난 뒤엔 결국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김연경은 "그동안 다 같이 고생했던 부분이 생각났다"고 이유를 밝혔다. 세르비아전을 두고는 "결과적으로 아쉬운 경기가 된 것 같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선 기쁘게 생각한다. 어느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우리 조차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너무 기분 좋게 했다.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고 평했다. 이번 올림픽의 의미를 두고는 "런던올림픽 때는 별 생각 없이 (대표팀에) 갔던 것 같다. 리우 때는 많은 욕심을 안고 출전했다. 이번 올림픽에선 후회 없이 하고 돌아오고 싶었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을 향한 김연경의 애정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리우올림픽을 마친 뒤 5년 간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선 시즌 직후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해 발리볼 네이션스리그에 이은 대표팀 합숙, 도쿄올림픽 출전까지 4개월여를 개인 시간 없이 보내며 준비했다. '라스트 댄스'를 향한 김연경의 열정, 동료들을 향한 헌신은 대단했다. 김연경은 대표팀의 의미에 대해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겁고 큰 자부심"이라며 "(도쿄올림픽은) 준비를 많이 했던 대회다. 이 정도로 준비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대회를 마친 기분에 대해선 "모든 순간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머릿 속이 하얗고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귀국하면) 가족들과 식사하고 외출을 하는 등 소소한 것들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열정을 바쳐온 태극마크. 배구여제는 이제 이별해야 할 때가 됐음을 암시했다. 김연경은 대표팀 은퇴 여부에 대한 물음에 "조심스런 부분이다. 배구협회, 회장님과 얘기를 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사실상 이번 경기가 내가 국가대표로 뛴 마지막 경기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팬들을 향해서는 "이번 대회를 많은 관심 속에 치렀고, 너무 즐겁게 배구를 했다. 여자 배구를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어 기뻤다. 정말 꿈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요코하마(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